백합/묵상글 나눔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수성구 2014. 1. 16. 11:51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 송이 꺽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체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 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 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하실까 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출처 : 정용철 글

    영상제작 : 소화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