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사는 이야기

1000만원 든 할머니 돈가방 찾아준 환경미화원|◈─……

수성구 2013. 12. 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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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서울 중구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이 경로당 운영비 등 1000만원 이상 들어 있는 경로당 회장의 가방을 찾아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청소행정과 소속 환경미화원인 최현주<사진>씨.

최씨는 22일 오전 9시 거리 청소를 위해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나서다가 가로수 옆에 놓인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을 뒤져 주인이 광희문경로당 이양순 회장임을 확인한 최씨는 사회복지과 등에 연락해 이 회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최씨는 바로 이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날 경로당 단합대회를 위해 회원 47명을 이끌고 충남 강경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던 이 회장은 최씨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제서야 가방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그 가방에는 500만원 이상 경로당 운영비가 든 직불카드와 1000만원이 넘게 들어있는 개인 신용카드, 약간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가방을 분실한 경로당 앞은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곳이라 만일 모르는 사람이 그 가방을 주어 직불카드를 사용했다면 연말까지 연료비조차 없어 경로당 회원들이 추위에 떨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최씨에게 “고맙다. 하마터면 경로당 회원들한테 죄를 지을뻔 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씨도 이 회장에게 자신이 가방을 보관하고 있을테니 즐겁게 단합대회에 갔다 오시라고 말했다.

가방은 경로당 회원들이 서울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음날인 23일 아침 이 회장에게 전달됐다.

이 회장은 너무 고마운 마음에 최씨의 신상을 물었지만 최씨는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거듭된 이 회장의 요청에 이름만 알려줬다.


 


“나이가 드니까 정신없을 때가 많아 가방을 분실한지도 몰랐네요. 그런데 환경미화원의 도움으로 가방을 되찾게돼 너무 고맙네요. 정직하게 살아온 환경미화원의 마음까지 얻은 것 같아 더 기쁘네요.”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최창식 구청장이 신당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 이 회장이 최 구청장에게 직접 이야기하면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1월 공직에 들어온 최씨는 신당2동 성곽길과 장충동 태극당~퇴계로 구간의 가로환경 청소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새벽5시30분부터 오후2시30분까지 지각이나 결석 한번 없이 성실히 일하며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19살, 22살된 아들 형제에게 부끄럼없는 아빠로 살아왔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가방을 발견했으면 주인한테 돌려주었을 거에요.”

중구는 아름다운 선행을 한 최씨에게 조만간 표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