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소위 일류 K대학 화공과를 거의 고학으로 어렵게 다녔다.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이 되었고, 그때 하숙집 아주머니 소개로 딸만 일곱인 소위 칠공주 집안에 여섯번째 사위가 됬다.
결혼후 자기도 딸만 둘을 두었는 데, 그 딸들이 성장해서 큰딸은 딸을 둘 낳고 작은 딸은 딸 하나를 낳아 알콩 달콩 잘 살고들 있다. 어떤때 자기 딸들이 아이들을 대리고 집에 모이면 여자 여섯(아내, 딸 둘, 외손주 셋)에 남자는 자기 혼자뿐이라고 싱겁게 웃는 다.
사람 좋은 내 친구는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신혼초에 자기 부모와 처 부모랑 한집에서 살았다. 40여년 전, 서울 변두리 장위동 골짜기 방3개짜리 셋집에서 집안에 수도도 없고 연탄방 그 시절에 사람은 이렇게 사는 가 보다하면서 신접 살림에, 양쪽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친구도 차남이고 처가로도 여섯째인데 형편이 구차한 친부모 처부모를 모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자기가 모신다고 했다. 성실하고 능력있는 친구라서 국내직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15년인가를 건설현장에 뛰어 다니드니 맨몸둥이로 집도 사고, 두딸를 잘 키워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출가시켰다.
지금도 자기 동서 일곱중 대부분 자기보다는 잘 산단다. 회사 사장도 있고 정년퇴직 대학교수, 고위공무원 출신도 있다 . 청파동에 부모 유산으로 큰 빌딩 가진 사람도 있다. 그래선지 십수년전 장인 장모가 돌아가셨을 때마다 조문객도 아주 많았고 동서들이 나서서 서울 근교 이름있는 공원묘지에 보란듯이 번듯하게 모셨다. 그때 친구는 그저 윗동서들이 시키는 잔 심부름이나 하고 몸둥이로 때웠다고 한다.
그러다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서 친부모는 친구의 형이 기제사를 맡아 지내고 있으나 처부모는 동서들이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집안에 제사가 많아서 등등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꽁무니를 빼는 바람에 자기가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는 데, 기일날 처 형제, 동서들도 오지 않음은 물론이고 전화 한통도 없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장인장모를 모신 공원묘지 관리소에서 묘지관리비 체납으로 더 이상 여기 둘수 없으니 이장하던지 폐묘처분을 하겠다는 최후통보가 왔다고 했다. 그간 큰 동서집으로 수차례 관리비 독촉문이 왔던 모양인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니 이런 사태까지 왔던 것이다. 큰동서가 소집을 해서, 모두 모여 의논한 끝에 유골을 화장해서 강물에 띄우기로 했단다.
그래서 장인장모를 화장하기로 한 날 공원묘지에 갔더니 의논때는 동서들이 다 같이 나오기로 해 놓고 밑에 동서랑, 친구 둘만 달랑 왔다. 비용은 부자 손위 동서들이 많이 대긴 했지만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 했다. 친구가 손수 몇 조각 남은 유골들을 모아 수원에 있는 화장장에서 화장하고, 유골상자를 받아 서강대교밑 한강에 숨어서(위법), 강물에 흘려보내고, 잿빛하늘을 올려다보니 늙은 친구 눈에도 눈물이 고이더라고 한다.
저 세상이란 곳이 있을 까? 물에 띄운 장인장모가 안스럽고, 죽은 사람, 산 사람 얼굴이 겹쳐지고 인간이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 가?
천당, 지옥. 하느님, 부처님. 이런 말들은 모두 말작난이다 싶어 지드라고 했다. 착잡한 심정에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도 않아, 깊은 밤 호수공원 텅빈 벤취에 앉아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누구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끝도 모르는 슬픔에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고 했다.
어쩌다 둘이서 술이라도 거나해 지면 ' 너는 아들이 있어서 좋겠다, 죽어서도 제삿밥 얻어 먹을 수 있으니... ' 라고 날 놀린다.
저세상도 모르고, 영혼도 모르니 나에게 제삿밥이 무슨 의미가 있는 냐고 실없이 웃어 넘기곤 했지만 나는 무엇으로 사는 가? 가슴이 먹먹해 진다.
제삿밥이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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