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 이래야 형님네 내외, 조카딸 둘,
우리 내외 쌍둥이네집 아들 둘, 딸 하나,시아버지, 시어머니,
모두 열 한 명의 단촐한 가족 잔치 모임이었지요.
미역국을 끓이고, 칠순 케익이라고 특별히 맞추었고,
축하 꽃다발,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시고,
식구 모두 큰 절을 올렸습니다.
시아버지께서 절을 받으시고 웃으시면서 봉투를 꺼내서
큰 며느리 작은 며느리 시어머니 각각 주시더니,
이번에는 통장 다섯 개를 꺼내서 손자들에게 각각 주셨습니다.
모두 의아해 했는데
하시는 말씀이
"작년에 너희들이 여행가라고 준 돈인데
작년에 사는 형편도 그렇고,
여행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가 비디오 본 것과 같다고 하니
고생을 하면서 여행갈 필요가 뭐 있겠느냐?"
작년에 두 분 유럽 여행가시라고
두 형제가 오 년 동안 천만 원을 저축해서 만들어 드린 돈 인데~~~.
"자식들 행복하게 사는 것 보는 게 제일이지."
시아버지 말씀입니다.
시아버지 칠순잔치에 자식들이 오히려 돈 대접을 받은 셈이라
모두 말을 못하고 있는 참에
세 살짜리 장손이 혀짜른 소리로
"하부지 고맙습니다." 해서
식구들 모두 한바탕 웃었습니다.
"돈은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제일이다.
이놈들 통장을 만들어줬으니
오래 오래 이 할애비 기억하게 될 거야."
라며 칠순맞으신 시아버지는 웃으셨습니다.
"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할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가족끼리 서로 위하고 살아라.
흠이 있드래도 흠 잡지 말고 서로 양보하고 살아라.
인생, 삶, 그리 길지 않아.
나도 얼마 전까지는 젊었었다는 생각이야.
열심히 살아라.
젊어 한 번 잘못한 생각과 행동의 그 댓가는 평생 가는 법이야.
무슨 일이든지 생각을 많이하고 살아라.
참는 것은 세상사는 법 중에 가장 좋은 법이더라.
화를 내면 훗날 사과를 할 곳이 많지만
참으면 사과할 곳이 없는 법이야."
시아버지 말씀 입니다.
말씀을 하신 아버지 손자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시아버지의 칠십 평생을 마시듯
술 한 잔을 시원하시게 드십니다.
"참지 못하고 싸운 후에 생각하면 사람들 참 웃기는 거여.
조금 참고 조금 절약하고 조금 생각하면 삶이 편한 법이야."
지난 주에 칠순을 맞은 이웃 칠순잔치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
<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