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사랑밭 새벽편지 12주년 앵콜 로드>
곤히 잠든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웠더니
놀랐는지 눈을 번쩍 뜬다.
당신의 팔을 베고 옆에 누운 사람이
딸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그 큰 눈을 껌뻑이다가
그새 또 잠이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으로 팔을 뻗어
'엄마 엄마' 하며 낮은 고함을 치는 아빠.
그런 아빠를 꼬옥 안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등을 토닥이면 애기처럼 스르륵 다시 잠이 든다.
나이 서른둘에 부모님께 반말이냐며 버릇없다지만
지금의 아빠에게 난,
예의 갖춘 딸이기 보다
친구가 되어야할 순간이 더 많다.
24시간을 아빠 곁에서
대답도 않는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운동하자며 힘 빠진 팔다리를 쭉쭉 잡아 흔들고
밥을 많이 먹으면 잘했다 칭찬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이쁘다 박수를 쳐준다.
그 옛날 내가 꼬마일적에
아빠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반 평쯤 되는 이불위에 종일을 누워
눈만 뜨면 보이는 딸에게
끔찍이 예뻐하던 막내딸에게
"아가씨 물 좀 주세요" 하며
존댓말을 쓰는 아빠...
남들에겐 그저 늙고 쇠약해진 병자로만 보일
저기 저 백발노인이
나에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하나뿐인 소중한 아빠이다.
이 사진을 찍고 이글을 쓰고,
3일 후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당뇨합병증으로 아빠가 쓰러지신 후
모든 일을 접고 아빠의 곁에서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생활한 3개월,
짧은 시간이나마 그 시간동안
아빠와 난 세상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습니다.
아빠 부디 편안하세요.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 김복희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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