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병에 걸리면

수성구 2015. 7. 12. 07:23

병에 걸리면 /  하레사쿠 마사히데  

 




병에 걸리면 자꾸자꾸 울어
아파서 잠들 수 없다고 울고
수술이 무섭다고 눈물짓고
죽고 싶지 않다고 흐느껴
부끄러움이나 체면 따윈 필요 없어
태연한 척하거나 강한 척하지 말고
꼴 사납게 눈물을 흘려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자신의 나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말이야


병엘 걸리면 마음껏 응석을 부려
저것이 먹고 싶다고 말하고
이렇게 해 달라고 조르며
좀 더 오래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해
사양이나 배려 따윈 필요 없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며
아이처럼 모두에게 응석을 부려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배려와 진심을 접하는 기회를 말이야


병에 걸리며 마음껏 감동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소홀히 했던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고
이 순간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신비
잊고 있었던 당연한 일들에 감동해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를 말이야


병에 걸리면 멋진 친구를 만들어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친구
매일 간병해 주는 사람
입원 소식에 바로 병실을 찾아오는 친구들
체면이나 예의 따윈 필요 없어
말없이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마음씨 따뜻한 친구를 만들어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시련이 모두를 묶어 주는 기회를 말이야


병에 걸리면 반드시 낫는다고 믿어
원인을 몰라 병이 오래가도
치료법이 없어 악화되어도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길을 찾아
기적적으로 회복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하면서 믿고 기다려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믿음으로 기쁜 삶을 살아가는 기회를 말이야


병에 걸리면 안심하고 기도해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놓고
꼭 낫게 해달라고 매달리며
깊은 밤 조용히 무릎을 꿇고
이런 나를 사랑하여 세상에 보내어 키워 주고
귀엽다고 안아 주신 그분의 미소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손을 모아 봐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신실하신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 병이 낫든 낫지 않든
잔뜩 흘린 눈물만큼 아름다워지고
응석 부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 만큼 자유로워지며
감동과 감사로 인해 성숙해지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풍요로워지며
굳건한 믿음으로 강해져
스스로 주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병에 걸리면 다시없는 기회를 얻은 거야
병에 걸린 때가 바로 은혜의 때야


지은이 / 하레사쿠 마사히데

1957년 일본 도쿄 줄생,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 아래에서 성장했다.
조치 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시와(현 도요시키)성당 보좌 신부를 시작으로 여러 성당을 거쳐
2009년부터는 다마 성당 주임 신부로 사목중이다.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개신교 및 대학교, 일반 강연회 등에서도 강의와 강연을 하고 있다.



옮긴이 / 신병철

1961년 대구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과를 졸업한 후,
일본 조치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을 전공했다.
현재 연무기획 대표로서, 다양한 일본 서적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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