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경전으로 내놓은 푸른 미풍
류호숙
저 작은 두레박, 풀샘이 출렁이면 흙냄새를 끌어 모은다. 억겁을 웅크린 다기도 아득한 지층에서 시작된 여정이기에 옷매무새 만지고 턱을 당긴다. 깃털처럼 회오리 돌아 찻잔 꽃부리를 휘도는 은빛 방울들 공손히 찻잔을 받는다. 여럿이면 좋지만 단출하기에 더 차분해지는 듯.
한 모금 머금은 입속에 봉숭아가 피면 좋고 자주 색 백일홍이 흐드러져도 좋지만 이름이 무엇이면 어떠리 잠시 눈 감고 호흡을 고른다. 세월의 깊은 물길 다독여 제 푸른 몸을 달여 낸 경전이기에 두 손 모아 받든다. 손바닥에 전해 오는 따뜻함이 그대로 언어의 샘으로 깊어지기를.
ㅡ출처 : 『강물에게 길을 묻다』 (그루, 2013) /반짇고리문학 7집 ㅡ사진 : 다음 이미지 ---------------------------------------------
두레박으로 끌어올린 맑은 물로 달인 차 한 잔이면 그 깊이를 말하지 않더라도 차 속에는 우련, 묵은 흙 맛이 녹아 그윽하기 그지없다 저 차 한 잔이 몸속을 돌고 돌아 흙 향기 뿌려놓는다니, 그것으로 건강한 맘과 정신의 승화를 가져온다니 참으로 기막히는 은혜로다 암, 그렇고말고, 두 손으로 경건하게 받아야지 두 손으로 받쳐 든 찻잔에서 따스함을 받아 맑은 언어의 생성을 도모한다면 아, 정말이지, 살아있음이다 그윽한 향이 살아있음이다
詩하늘
<시하늘 시편지 ☞ http://cafe.daum.net/sihanull/9bUn/364 *시는 그리움 같아서 그 안에서의 시간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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