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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뇌경색, 노인에게 흔한 심방세동이 주원인"

수성구 2022. 9. 16. 07:38

"치명적인 뇌경색, 노인에게 흔한 심방세동이 주원인"

[전문의에게 묻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


심방세동은 심방이 일정하게 뛰지 않으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히 발생하는 부정맥 질환 중 하나지만, 증상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아 의심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심장이 충분히 수축하지 못하면 혈액이 심방 밖으로 완전히 퍼지지 못하고 응고되면서 혈전이 형성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혈전이 혈류를 타고 뇌, 심장 혈관을 막을 경우 뇌졸중, 심장마비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심방세동 환자는 심부전, 뇌졸중과 같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질환이 발생하면 사망 위험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를 만나 심방세동의 원인과 위험성,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방세동이란?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지속성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부정맥 자체의 문제보다,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 내에 혈전이 생기고 혈전이 전신으로 퍼져 색전증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색전증이 머리, 즉 뇌혈관에 발생하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을 뇌졸중과 관련된 부정맥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인은 무엇인가?
노화가 주요 원인이며,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등과도 연관이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젊은 사람의 경우 심장의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드물게 2차적으로 심방세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고위험군은?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연관된 부정맥 중 하나다. 65세 이상 고령이거나, 심부전,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뇌졸중 병력 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등 뇌졸중 위험이 있으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실제로 ‘차드-바스크 점수(CHA2DS2-VASc score)’라는 계산법을 통해 뇌졸중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맞춰 치료한다.

-국내 유병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약 20여년 전에는 전체 인구의 0.6~0.7%가 심방세동 환자였다. 10여년 전에는 1.5%로 2배 증가했고, 향후 30년 뒤에는 심방세동을 앓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6%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되고 있고,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이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질환들의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심방세동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근거림, 피곤함, 어지럼증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이다. 지속성으로 진행되면 증상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들이 만성 피로 증상을 겪는데, 만성 피로는 심방세동을 앓지 않아도 생길 수 있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심방세동을 의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고위험군의 경우 심방세동에 의해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심방세동 검사에서 정상으로 진단돼도 나이가 75세고 고혈압이 있는 여성이면 차드-바스크 점수에서 4점이 나온다. 4점일 경우 100명 중 4명이 1년 안에 뇌졸중을 겪을 위험이 있다.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에는 60~70대도 50대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뇌졸중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검사 방법은?
심전도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지속성 심방세동의 경우, 검사에서 특징적인 심전도가 확인돼 쉽게 진단 가능하다. 아직 데이터는 적지만,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심방세동을 스크리닝하는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반면 발작성 심방세동은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에 진단해야 하다 보니, 심전도 검사만으로 조기에 진단하지 못할 수 있다.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으나 이미 증상이 사라져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발작성 심방세동이고 고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하곤 한다. 환자가 증상을 느낄 때 차고 있던 시계로 심전도를 기록하면 데이터가 휴대폰 등으로 전송되고, 휴대폰에 저장된 기록을 지참해 병원을 방문한 뒤 진단받는 식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언제든 착용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심전도를 확인·전송할 수 있어 진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심방세동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심전도를 확인하면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어떤 치료법들이 있나?
심방세동 치료는 뇌졸중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선 뇌졸중 위험도 평가법에 따라 나이, 성별, 동반 질환 유무 등을 확인하고 항응고제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환자가 증상을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항부정맥제나 심박 수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항부정맥제는 약 50~60% 정도만 반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심방세동이 더 진행되면 반응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전극도자절제술 또는 냉각풍선절제술과 같이 허벅지 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관을 넣고 부정맥 발생 부위와 정상 부위의 전기적 연결을 차단하는 중재적 시술을 실시한다.

-전극도자절제술과 냉각풍선절제술의 차이는?
과거에 수술을 통해 혈관을 가위로 자르고 봉합하는 방식으로 심방세동을 치료했다면, 최근에는 절제술로 혈관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열에너지 또는 냉각에너지를 가해 좌심방과 폐정맥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차단한다.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 전극도자절제술이며 냉각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 냉각풍선절제술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을 실시할 경우 전극도자관을 넣어 고주파에너지로 병변 부위 한 곳 한 곳에 상처를 낸 뒤 전기 신호를 차단한다. 약물 요법보다 효과가 좋지만, 상처를 내기 위해 폐정맥 한 지점 당 길게는 수십 초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시행하면 소요 시간 역시 길어진다. 한 곳씩 시술하는 과정에서 시술 부위 별로 이질적인 상처들이 발생하면 치료 후 재발 위험도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은 폐정맥 구조에 맞춰 동그란 풍선 타입 카테터로 폐정맥을 막은 뒤, 풍선 안에 냉각 가스를 주입해 도장을 찍듯 한 번에 상처를 만들어 전기 신호를 차단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상처를 만들 수 있고, 한 번에 시술이 이뤄져 상대적으로 상처의 질도 균일하며 시술 시간도 줄였다.

-빠르고 균일한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심장은 우리 몸 속 깊은 곳에 보관돼 보호 받는다. 시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혈전 위험이 증가하며, 주변 구조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시술 시간을 단축할 경우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의 예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나?
1년, 2년, 3년 등 특정 기간을 두고 지켜봤을 때 성공률이 70~80% 정도다. 5년, 10년 정도 더 긴 기간을 두고 보면 노화 과정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심방세동 치료는 심방세동이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 혈전 위험도를 낮추는 치료, 즉 완치 개념보다 조절을 통해 혈전 및 동반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심방세동이 발생·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고 해서 뇌졸중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동반 질환에 의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당뇨병·고혈압은 비만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꾸준한 운동, 식단 관리 등을 통해 체중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