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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 살 맛 나는 식사 법

수성구 2022. 8. 18. 02:15

당뇨 환자 살 맛 나는 식사 법

“설탕 먹지 마세요” “혈당지수를 고려한 식사를 하세요”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가 좋습니다” 당뇨 환자에게 특히 익숙한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막연해 실천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줄 책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일상 속 식이요법을 담은 책 ‘글루코스 혁명’입니다. 논문과 실제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따라 하기 쉬운 혈당 관리 팁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미국의 생화학자인 제시 인차우스페의 책으로,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가 감수를 맡아 번역 출간됐는데요(아침사과刊). 그를 만나 책을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책 내용 중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조영민 교수가 전하는 팁을 소개합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식이섬유→단백질·지방→탄수화물 순으로 먹어라”
조영민 교수: 같은 음식을 먹어도 섭취 순서에 따라 식후혈당 반응이 달라집니다.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행하는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식전 분리유청단백질 섭취가 혈당을 덜 올린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고 혈당이 높아지면 장에서 GLP-1 호르몬 분비가 자극돼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이때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먼저 섭취하고 단백질·지방,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혈당이 훨씬 덜 오릅니다. 채소, 육류, 생선류가 장에 먼저 도착하면 이후 탄수화물이 위에 들어와도 소화와 흡수과정이 더뎌집니다.

“칼로리 계산을 멈추고 녹색을 추가하라”
조영민 교수: 식단에 채소가 없다면 본격적인 식사 전에 채소를 먼저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채소를 더 먹어 추가된 칼로리는 체중을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동일한 열량의 식품이라도 칼로리 밀도가 중요한데요. 칼로리 밀도는 음식 양 대비 칼로리의 양을 말합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칼로리 밀도가 낮아 지방이나 설탕이 많이 든 음식보다 포만감을 잘 느끼게 하고, 총 칼로리는 낮습니다. 또 채소를 먼저 먹는 것이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해 인슐린 수치를 떨어뜨리므로 결국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탄수화물에 옷을 입혀라”
조영민 교수:
 우리 몸의 혈당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탄수화물에, 다른 영양소를 추가해보세요. 섬유질, 단백질, 지방이 소화 속도를 늦추는데요. 섬유질은 채소, 견과류, 씨앗 등으로, 단백질은 계란, 육류, 생선류, 유제품, 콩 등으로 탄수화물에 추가하시면 됩니다. 다만, 지방은 칼로리가 높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어 지나친 섭취는 자제해야 합니다. 푸른 생선, 아보카도, 올리브 등에 풍부한 불포화지방 위주로 드시는 게 좋습니다.

“식사 전에 식초를 먹어라”
조영민 교수:
 식초 섭취는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 모두에게 권장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식사 전에 식초를 마시면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세트산 성분이 탄수화물을 당으로 분해하는 아밀레이스를 억제하고 몸속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더 빨리 저장되게 해 식후혈당 급상승을 막는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효과를 본 몇 환자분들이 계시지만 식초의 효과를 과신해 식초 원액을 먹거나 지나친 섭취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물 한 컵에 식초 한 숟가락 정도를 희석해서 드세요. 식초의 산이 치아 등을 손상할 위험이 있으므로 빨대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달달한 디저트는 간식 말고 후식으로”
조영민 교수: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류는 ‘언제’ 먹는지가 중요합니다. 당뇨 환자도 가끔씩은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섭취 타이밍에 신경 써보세요. 식사 사이 ‘간식’으로 먹는 것보다는 식사 직후 ‘후식’으로 먹는 게 좋습니다. 디저트는 당 함량이 높아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데, 식후에 먹으면 간식으로 먹을 때보다 혈당상승이 완만해집니다. 무조건 안 먹을 순 없습니다. 달달한 디저트가 당길 때, 먹는 타이밍과 양을 적절히 조절하세요!

“인공감미료가 설탕의 ‘완벽한 대체품’은 아니다”
조영민 교수:
 스테비아,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는 미각 수용체를 자극해 강한 단맛을 느끼게 합니다. 소량만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어 설탕을 먹는 것처럼 우리 뇌를 속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뇌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먹었으니 음식을 조금 더 먹어도 될거야’라는 보상심리가 생기기 쉽습니다. 칼로리와 당이 적다고 해서 많이 먹거나 다른 음식 섭취량을 늘리면 안 됩니다. 혈당이나 체중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지라도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집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서 인공감미료를 많이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변화해 염증이나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섭취는 금물입니다!




'글루코스 혁명' 책 사진.
과거에는 ‘혈당지수(GI)’에 기반을 둔 식이요법 실천이 강조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어도 환자들마다 반응이 달라 모든 것을 일반화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의료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혈당 반응을 확인하며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등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에 적극 찬성하는 바입니다. 책에는 더 유용하면서도 다양한 팁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조심스레 하나씩 실천해보며 본인과 맞는 혈당조절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