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루카 2,22-35 <오시는 하느님의 자비의 회상과 감사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그리스도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십니다.”(루카 2,32)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루카 2,22-35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와 요셉은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를 성전에서 주님께 바칩니다. 이로써 하느님 친히 사람의 손에 자신을 맡기시고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가난하여 비둘기를 정결례 예물로 바칩니다(2,24). 예수님께서는 성전봉헌을 통해 속죄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위해 주님께 성별된 것입니다.
시메온은 이스라엘을 ‘위로해주실’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의롭고 독실하게 살았기에 죽기 전에 주님을 뵙게 될 것입니다(2,25-26). 그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을 두려워함으로써 얻어지는 지혜 속에 살았습니다. 그는 가난 속에 사랑으로 우리의 삶에 끼어드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찬양합니다(2,28).
시메온은 예수님께서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에게는 영광”(2,32)이 되심을 노해합니다. 전 생애에 걸쳐 기다려온 구원을 본 의로운 종, 시메온은 구세주를 알아보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합니다(2,29). 구원받은 모든 이들의 표본인 시메온은 우리가 걸어야 할 신앙의 여정과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난한 나자렛 가정의 봉헌 속에 만민의 빛으로 오신 분을 맞아들이며 살 수 있을까요? 빛이신 주님을 맞아들이려면 빛 가운데 머무는 의로운 삶을 살아야겠지요. 의로운 삶이란 사랑을 위해 정의를 실천하는 삶을 말하고 주님께서 사셨던 목숨을 내어주는 희생과 봉헌의 삶을 뜻합니다.
또한 시메온처럼 ‘독실해야’ 할 것입니다. 독실하다는 것은 주님 안에서 주님을 위해 충실하고 헌신적이며 항구한 삶의 자세를 지니는 것을 뜻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성령의 이끄심에 맡기는 ‘거룩한 위탁’의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나를 앞세우는 성급함이나 교만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나아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는 거짓말쟁이이며 그에게는 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1요한 2,4). 하느님의 말씀에 청종(聽從)하여 그분의 뜻을 실천하면 그 사람 안에서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되며 그분 안에 있게 될 것입니다(2,5).
우리 모두 주님 성탄의 기쁨을 온 세상에 선포할 소명이 있습니다. 주님의 구유가 되어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살아가고(2,6), 빛으로 오신 분 안에 머무르기 위하여 그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사랑해야겠습니다(2,10). 사랑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헤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겠지요(2,11).
오늘도 늘그막까지 오직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의롭고 독실하게 살았던 시메온을 본받고, 말씀을 청종하고 형제를 사랑함으로써 주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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