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이 사라질 때
12월 둘때주 대림 제3주일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루카 3.10-18)
경계심이 사라질 때
(정도영 신부. 안동교구 마원 진안리 성지 담당)
작년. 도보순례길 사전 답사를 떠났다.
지도상으로 길과 거리를 확인했지만 실제로 순례길에 어떤 문제나
어려움은 없는지 알아 보기 위함이었다.
낯선 고장에서 아는 사람 없는 곳을 간다는 것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모험이다.
혹여 마을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긴장도 하며 길을 나섰다.
비까지 와서 서글프게 걷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농막앞에 천막을 치고 모여 배추전을 부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하니 비가 오는데 고생이 많습니다.
여기 와서 배추전 드시고 가세요.
비 올때는 배추전에 막걸리가 딱이지요..하시면서
막걸리까지 덥으로 주셨다.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 맞으며 걸어온 길이 서글픈 길이 아니라
기쁨의 선물이 되는 것 같았다.
그곳을 떠나 한참 가다 보니 과수원이 길을 막고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길이 있는데........
망설이다가 근처 농막에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여쭈었더니
과수원 사이로 가시면 됩니다. 하신다.
사과가 달려있고 줄로 못 들어가게 막아놓았는데요?
괜찮습니다. 고라니 막으려고 그물 처놓은 거예요.
과수원 주인 인심이 좋아요.
그냥 지나가셔도 뭐라 할 사람 아니니까 걱정 마시고 가세요.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주인 모르게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도 있어
사람들이 다니는 것을 꺼려할 것이라는 생각에
선뜩 과수원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차였다.
`아 참. 식사하셨어요? 식사나 하고 가소..하신다.
부부가 농막안에서 고기를 구워 드시고 계셨다.
괜찮습니다. 저희들 김밥 가지고 왔습니다.
아이구. 그러지 마시고 밥 한술드시고 가세요~
너무나 붙잡으시길래 어쩔 수 없이 농막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맛있는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까지 덤으로 얻어 먹었다.
대신 우리는 가지고 온 김밥을 내어드렸다.
그렇게 농부 부부와 풍성한 식사를 마치고 또 다른 선물까지 받았다.
그 과수원을 순례길로 지나가게 되면 언제든지 편하게 농막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는 경계심이 사라질 때 나온다.
경계심은 내가 피해나 손해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생긴다.
그런 걱정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더 가지려는 욕심.
지켜야 하거나 잃어서는 안된다는 욕심때문에 우리는 인색해진다.
그러나 삶의 행복은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베풀 때 커져간다.
농막 안 사람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넉넉하게 베풀면서
그날의 행복을 맛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늘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우리의 곳간에는
행복이라는 풍요로움이 더욱 가득 찰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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