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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수성구 2014. 4. 23. 02:01

 

 

 

 

처녀치마 

 시인/ 박창기(이나시오) 

 

아무 까닭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순간 지나쳤을 뿐인데

두근거리며 나를 세운 것이 너였던가

보라빛 처녀치마 입은

긴 긴 겨울을 잘도 견딘 수고로움에

네 치마는 맘껏 펄럭여도 좋겠다

 

이땅의  남정네 주검으로 누인 이곳에서

아픔을 달래다 어쩔수 없을 때

보라빛 연정도 힘이 되는 지

순간 돌아서 가려 했을 뿐인데

너는 또 내 발목을 잡는 구나

 

네가 내 맘을 훔치는 것이냐

내가 너에게 홍치는 것이냐

 

누가 이 깊은 능선에

마음을 끌어당기는 억겁의 흔적을 심어

나를 기다리게 했는 지

너와 나 마주 바라보는 것으로

인연의 닻을 내리게 한 것인데

무슨 말을 하랴

-나무가 걸어오네 시집중에서-

 

님 들 립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