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는 미덕
성 필립보 네리(1515~1595) 사제는
로마의 성 세바스티아노의 카다콤바나
무수한 순교자의 성혈로 물든
원형극장에 12년 동안 거의 날마다
때로는 밤중에도 참배하며 자신도 그러한
순교자와 같이 신앙이 견고해지기를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그의 거룩한
원의를 기뻐하셔서 1544년
성령 강림 대축일 전날 카타콤바에서
기도바치고 있을 때
특별한 은혜를 받게 되었다.
그는 그 때 한없이 성스러운 사랑이
충만되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끼며
갈빗대 두 대가 부러지면서
가슴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 상처는 일생
낫지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한다.
성인은 말할 수 없는 은사를 받고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교황 레오 11세는 그와 함께
담화하기를 즐기며 종종
4~5시간이나 그의 방에 머물며
"이곳은 나의 낙원" 이라고 말했다.
성 가롤로 보르메오나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도 그와 친밀한
만남을 가졌다.
성인은 자신의 비범한 은사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수염을 한쪽만 깎고
빗자루를 어깨에 메고 넒은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을 때 일부러
아이들의 반말을 흉내내기도 하고,
이사할 때에는 주방도구를 갖고 나와서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는 때도 있었다.
이것은 모두 남들에게 조롱을 받으리라는
겸손한 마음에서 행해진 것인데,
그의 높은 성덕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그것으로 말미암아 점점 존경의 마음을
더 갖고 교훈과 기도를
청하는 이들이 더 많이 방문했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누군가 잘 되면
그 꼴을 보지 못한다.
누군가 잘 될 기미가 보이고
탈렌트가 있고 카리스마(특은)가 있으면,
모두 함께 키워주고 보호해 주고
도와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없는 말까지 만들어 헐뜯고 비난하고
흠집을 내고 질투하고 시기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든지 성령을 받으면
변화될 수 있고, 노력과 수련,
교육과 회개에 의해 가라지가 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걸 부정하고 과거의 안좋았던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색안경을 낀채
당사자의 전 생애를 부정적 시각으로
짓밟고, 한방향으로 매도하고
단죄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없어도 하느님께서 몸소
그 사람을 겸손하게
성소를 수행하도록 다루고 계시는데,
참으로 가슴이 아픈 일이다.
또한 그런 사람을 보는 사람들도
그를 본받고, 자신도 은사를 청하면서
열심하고 성실하게 살아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면
축복을 똑같이 받을 수도 있는데,
본인은 삶에 변화가 없으면서 계속
하느님과 공동체 안에서
열심히 살고 잘 사는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시기한다.
그래서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자신의
은사와 성소와 탈렌트를 잘 관리하려면,
드러내지도 말고 자랑하지도 말며,
하느님의 일만이 이루어지도록
겸손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수록
질투와 시기와 중상모략의 어둔 영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사람들을 통해
역사(役事)하니 참으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무엇을 많이 알고 있고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보여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치 않으신다.
이 비유의 참된 뜻을 깨닫고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감추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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