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교리상식

유아세례가 알려주는 두 교훈

수성구 2021. 5. 26. 04:22

유아세례가 알려주는 두 교훈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17. 세례성사 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46~1255항)

 

유아세례가 알려주는 두 교훈

 

모든 인간은 원죄로 인해 고장 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이 “타락하고 더러워진 인간의 본성” 때문에

누구도 자기 힘과 능력만으로는 “하느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의 영역”(1250)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타락한 인간의 본성을 당신 본성으로 치유하러 오셨습니다.(460 참조)

 

그런데 본성의 치유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늑대에게 자란 아이에게서 인간의 본성이 나오려면

더는 자신을 늑대라고 믿지 않고 인간이라는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의 본성으로 나오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믿음은 부모의 살과 피로 얻어집니다.

자녀가 부모의 살과 피로 만들어진 양식을 먹으며 부모를 알아보듯,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으며 하느님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로마 8,15)로 고백하게 됩니다.

 

이 본성이 치유되는 첫 믿음의 순간이 ‘세례성사’입니다. 이때 사제가 “하느님의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라고 물으면,

세례 대상자나 대부모는 “신앙을 청합니다”(1253)라고 응답합니다. 신앙이 곧 믿음인데, 세례-견진-성체의 입문성사를 통해

얻게 되는 믿음은 우리가 인간 본성을 넘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합니다.

 

특별히 ‘유아세례’는 선행이 전혀 없어도 하느님의 은혜로만 구원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성장하면 선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세례받고 바로 죽더라도 하느님 자녀의 지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오로 사도는 “사실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와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로마 3,28)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철이 없어 본인이 아직 믿음을 고백할 수 없는 ‘유아세례’의 효과는 부모와 대부모의 믿음으로 성취됩니다.

“세례의 은총이 효력을 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과 “대부나 대모의 역할”(1255)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의 신앙은 세례 후에도 계속 성장”(1254)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례로 태어나게 하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기지 말고 세례를 받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신앙을 성장시켜 줘야 하는 책임도 지니는 것입니다. 낳는 것만큼 기르는 것도 중요함을

알려주는 성사가 특별히 ‘유아세례’인 것입니다.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자녀를 낳고도 학대하거나 버려둬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죽는 경우도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 경우 부모의 아기를 낳는 고통이나 희생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자녀는 세상 밖으로 태어나고서도 계속 태어나고 자라야 합니다.

태어남과 자라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가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와 대부모, 친부모까지

그 아이의 신앙에 대해 책임져 주어야 합니다. 세례만 받았다고 마술처럼 구원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그 믿음을 성장시켜 주어야 합니다.

“세례는 신앙의 성사”(1253)이고, 그 “신앙은 세례 후에도 계속 성장해야”(1254) 함을

아기의 친부모와 영적 부모는 결코 잊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볼 때, 교회가 2세기경부터 유아세례를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는 것에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원을 위해 선행보다는 하느님 은총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구원을 위해 하느님을 진정 본성상 아버지라 믿는 것이 중요한데,

성사는 성령을 통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믿음을 선사합니다.

 

두 번째는 성사를 통해 태어나는 것만큼 성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유아세례의 은총은 “부모의 도움”과 “대부나 대모의 역할”을 통해 ‘효력’이 발휘됩니다.

그래서 그 양육을 담당할 “대부모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새로 세례를 받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도록

도와줄 능력과 의향이 있는 견실한 신자”라야 하고, “교회 공동체 전체도 세례에서 받은 은총을 키워주고

지켜 줄 책임”(1255)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가 세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례 후 많은 수가

몇 년 안에 냉담하게 되는 지금의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시스템적으로도 더욱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2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