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딸.
딸아이가 자기방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거침없이 욕을 쏟아냈다. 누구에게 욕을 해대는지 모르겠지만 개xx는 기본이고ㅈ과 ㅆ이 첨가된 아주 저질스런 욕들을 퍼 붓는 것이다. 아니...내 딸네미가 언제부터 이렇게 쌍욕들을 잘하게 됐지? 사내녀석들이 해도 민망한 욕들이 딸네미 입에서 터져 나오니 듣는 아빠로선 당황스럽기 이를데 없다. 혼을 내려다가 조금 더 통화 목소리를 들어보니 상대방 친구 역시 딸네미 못지 않게 쌍욕들을 해댄다. 친한 친구일수록 욕의 정도가 더 심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욕을 절대적으로 못하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빠의 경계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이는 또 거침 없이 욕을 해댄다. 심지어는 동생에게도 은연중에 욕을 하는 것이다. 욕을 하지 말라고 몇 번 혼을 냈어도 그때뿐이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아이들에게 욕 한마디 한 적이 없다. 지금도 나는 욕을 잘 하는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멀리 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인성이 천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아이 입에서 쌍욕들이 쏟아져 나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요즘 청소년들 입들이 그렇게 거칠게 된 원인도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은 뒷전이고 어떻하든 일등만을 추구하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표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하다 보면 2~30대의 젊은 승객들,심지어는 이쁘게 생긴 아가씨들 입에서도 자기들끼리 대화하다 거침없이 쌍욕들이 쏟아지곤 한다.
아빠뻘 되는 기사가 앞에 있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거칠어지고 천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과 같은 숭고한 사랑을 읽어보지도 않는 젊은이들이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온갖 저질스런 동영상들을 보고 저희들끼리의 사랑을 논한다. 긴 명작소설 한권 읽는 대신 유튜브 동영상으로 접하는 사랑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내 아이가 즐겨보는 유튜브를 보면 어쩜 그렇게 저질스런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가 재밌어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볼땐 분명 저질인데 아이가 볼때는 엄청 재밌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처럼 보여진다. 그 만큼 19세기 아빠와 21세기 딸아이의 정서 사이에는 지구와 달 거리 만큼의 공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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