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실한 순간
4월 셋째주 부활 제3주일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루카 24.35-48)
가장 절실한 순간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일산성당 부주임)
첫 본당에서 에스텔 자매를 알게 되었다. 본당 관할구역 안에 암 전문 요양원이 있었는데.
가끔씩 그곳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해 연이 되었다.
자매는 30대 중반인데 6년째 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하고 싶은 것 많은 꿈같은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파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늘 씩씩하게 항암치료를 이어갔다.
어느 날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본당 자매로부터 연락이 왔다.
에스텔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병자성사를 요청한다고 바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셔서 기도해 주실 수 있냐는 부탁에
언제든 연락 주시라는 말을 남긴채 병원 문을 나섰다.
에스텔 자매는 더 말라 갔고. 힘들어했다.
늘 씩씩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한 그녀였는데...
그 무렵 에스텔 자매가 신부님. 왜 저는 아파야 해요?
아프기 싫어요...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불평한 적 없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내게 자매는 말했다.
신부님. 저는 이 말이 제일 좋아요.
너는 버티기만 해. 기도는 내가 해줄게!
제가 기도할 테니 힘내서 버티기만 하세요..라는 말을 건네고 병실을 나섰다.
며칠 후 병실을 찾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눈을 뜰 수도 없었다.
마지막 병자성사를 드리고. 다음 날 에스텔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났다.
사제로 살며 많은 형제자매들이 이 세상의 여정을 마치는 순간을 함께 했다.
이 땅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는
우리의 부활 신앙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떠나는 이도. 떠나보내는 이도 간절해지고. 하느님 앞에 가장 절실한 순간이다.
모든 미사가 다 소중하지만 장례미사를 할 때에는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부활은 신비이지만 어려운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 고통과 슬픔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하느님과 일치하는 순간
아픔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모두에게 주실 참 평화에 대한 약속이다.
이 약속이 있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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