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만물이 이야기하고 하늘이 속삭인다

수성구 2021. 3. 22. 05:48

만물이 이야기하고 하늘이 속삭인다

 

만물이 이야기하고 하늘이 속삭인다.

그러나 하느님은 잠자코 계신다.

 

그래서 나는 성모님의 발현이나,

그분의 현존을 표하는 놀라운 기적에

별로 마음을 쓰지 않는다.

 

차라리 덤덤한 로사리오 기도를

그분께 올리고,

눈을 감고 조용히

그분께 말씀을 여쭙는다.

 

나는 착각에 빠질까 두려워한다.

보이지 않는 분과의 만남에서

감각적 위안을 기대치는 않는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걷는 길은

착각과 환영에 사로잡힌 길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그 길은 하느님의 침묵 속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십자가 밑을 지나는 길이다.

 

'어둔 밤'을 걸어가는 길이다.

 

그 어둠이 빛과 마찬가지다.

우주 안은 어둡다.

대기권 밖은 어둡다.

그러나 이 순수한 어둠보다 환한 것이

세상에 또 없는 것이다.

 

- <아버지 나를 당신께 맡기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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