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증거
2월 넷째주 사순 제2주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9.2-10)
화끈한 증거
(최재관 신부. 육군 전진1사단 성당 주임)
예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는 예루살렘 입성 전에 이루어진 기적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기적은 예수께서 직접 행하신 기적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는
하늘의 목소리를 통해 예수께서 메시아임을 직접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룩한 변모 이전에도 예수는 다양한 기적을 행하고.
군중을 통해 말씀하시며 메시아의 면모를 드러냈지만 바리사이들은
여전히 표징을 요구하면서 마귀의 농간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쩌면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예수께서 한다는 열등감에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한편 이런 생각도 해본다. 예수께서 좀 더 `배려`해주실 순 없으셨을까?
이름 모를 산 위가 아니라. 단지 세명의 제자들 앞이 아니라.
더 많은 군중과 자신을 적대시하던 이들에게 보여주셨더라면!
거룩한 변모의 기적은 많은 이들이 원했던 이상적인 메시아의 모습이었다.
표징을 원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이 메시아가 맞느냐는 질문에
이보다 확실하고 화끈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항상 예수와 동고동락했던 베드로조차 거룩한 변모에 경외하며
초막 셋을 지어서 바치겠다는 말을 했을까.
하지만 예수는 자신이 메시아임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이 아닌
올바른 길을 택하셨다. 거룩한 변모의 기적을 목격한 이들에게
때가 오기 전까지는 기적에 관해서 침묵하라고 명하신다.
유대민족에게 구약의 약속인 메시아의 오심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모두들 자신들이 살아 있을 때 그 약속이 이뤄지길 원했다.
그런 그들 앞에 예수께서 거룩한 변모를 드러냈다면 기꺼이
모든 일들이 예수를 의심없이 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왕으로 떠받들며 경외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예수의 모습을 닮아가길 바라셨다.
이웃을 사랑하며 사람들 스스로가 하느님 닮은 모습으로
거룩하게 변모하길 원하신것이다.
예수께서 군중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자신의 거룩한 변모를 숨기셨던 것은
사람들이 구원의 길을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야 함을 깨닫게 하기 위한
진정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예수는 사람들이 기적을 보며 동경과 경탄에 머무르지 않고
예수를 닮아가는 올바른 길을 걷기를 진정으로 원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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