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기도하는 아이들
매일 아침 기도하는 아이들
(황영미)
매일 아침 유치원 출근 전에 성당 마당 성모님께 기도하는 한다.
오늘도 주님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보살펴주세요.
그런데 그 시간에 꼭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구부정한 허리와 불편한 걸음으로 성당 마당 성모님께 기도하러 오신다.
덜덜 떠는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어
초 봉헌함에 넣고 기도하시는 모습으로 보고 다음 날부터 나도 봉헌을 하고 기도하였다.
날마다 그렇게 할머니와 만나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누구를 위해서 기도하세요? 하고 물으니 할머니는
`다~~모두를 위해 기도하지` 큰 소리로 말하고는 성체조배실로 뒤뚱뒤뚱
불편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말씀을 듣고 할머니마큼 간절히 기도하지도 않고.
또 나를 위해서만 기도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후 나도 아이들이 귀가하면 성체조배실로 가서 조배를 했다.
`주님. 오늘 하루도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잘 지내고 귀가했습니다.
늘 이렇게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주님께 말씀드린다.
어느 날 아침 일찍 등원한 아이들이 나에게 어디 가세요? 물었다.
성모님께 기도하러 간단다 하니 아이들이 나도 따라 갈래요..해서
언젠가부터 아이들 5-6명과 함께 성모님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성모님. 오늘 좋은 날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모님.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게 해주세요..우리 견학 가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동생을 낳게 해주세요.
아이들의 기도는 순수 그 자체였다.
기도가 끝나면 아이들은 바로 옆 놀이터로 뛰어가서 미끄럼틀을
슝~탄 후 교실로 들어간다. 매일 아침 누가 가자고 시키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성당 마당 성모님께 갔다.
어느 여름 폭풍우가 매섭게 내리치던 날에
오늘은 비가 오니 나가지 말아야지...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미 우산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머리에 비를 맞아가며. 비 맞고 계신 성모님께 서로 우산을 씌워드리겠다고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우산이 바람에날려 씌울 수가 없는데도..
이 모습을 보고 계신 성모님은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우실까?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날마다 성모님께 기도하러 갔다.
내가 아이들을 이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이끌고 있는 것이었다.
간혹 학부모들 중 자녀의 유아세례를 권하면 아이가 뭘 알아요.
나중에 커서 아이가 알면 그때 세례받게 할 거예요..했다.
어떤 말로 그건 잘못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길에서 졸업생 어머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하니..아니..유치원에서 유아세례 받으라고 할 때
나중으로 미루었더니 지금은 아이가 성당에 안 가려고 해요.
중학생이 되니 엄마 말을 안들어 후회돼요..하는 것이었다.
맞아. 바로 이거야!
어릴 적 유아세례를 받은 아이들은 하느님 사랑을 느끼며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로 자란다.
나는 베드로야. 나는 바오로야. 하며 자신의 세례명인 수호천사가
늘 자기를 지켜준다고 생각해 세례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신앙 교육은 어릴 적부터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했다.
그렇게 10여년을 아이들과 함께 매일 아침 성모님께 기도하다보니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자라주었다.
그건 매일 아침 기도하러 나오는 아이들 덕분이었다.
하느님은 순수한 아이들의 기도는 들어주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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