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하느님을 만난 순간
2월 셋째주 사순 제1주일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2-15)
그들이 하느님을 만난 순간
(강태현 신부. 의정부교구 별내성당 부주임)
요양원 병자 영성체 중 할머니 한 분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신부님. 나 좀 빨리 데려가라고 하느님한테 기도 좀 해줘요 ..하셨다.
울먹이며 말씀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어 빨리 편하게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할머니 안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할게요. 하고 성체를 모신
할머니께 안수를 드리고 병실을 나섰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 앞엣 서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져서 육체적 고통이 찾아온다.
젊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근심은 고통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생각해보면 작은 근심거리 하나 없이 살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사제로서 면담과 고해성사를 할 때면 다들 어려움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신앙이 깊은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의 특징은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하느님을 만난 순간은 등 따스하고 배부를 때가 아닌
힘들고 어려운 고통 속에 있을 때였다는 것이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술술 풀린다면 아무 걱정 없겠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네 삶에는 기쁨과 슬픔이 수시로 드나든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기시기 전 몸을 옮긴 곳은 적막하고 외로운 광야였다.
그곳은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신 장시이기도 하지만
이겨내신 곳이자 아버지와 일치하신 곳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셔서 보이신 모습들은
화려함이 아닌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하느님의 자리는 세상 가장 높은 곳이어야 하는데 스스로 낮추어 우리에게 오셨다.
주님의 사랑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다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삶의 모든 풍파들을 함께 견뎌 내는 사랑이다.
그렇게 그리스도의 삶은 우리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참된 사랑과 위로를 주시기 위해 주님께서는
이 땅에 오시어 참으로 모진 길을 걸어가셨다.
그리스도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건 어렵고 힘들 수 있겠지만
그 길을 충실히 걸어가는 사람은
주님의 참된 제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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