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둔 철창을 부수려면
1월 다섯째주 연중 제4주일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놓고 큰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마르 1.21-28)
나를 가둔 철창을 부수려면
(이미자 수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오늘날 우리는 더러운 영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는다.
과학 문명 안에서 더이상 그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어디서나 쉽게 이 더러운 영을 접하게 된다.
몇해 전 브라질의 선교지 마라뇽에 간적이 있다.
어느 마을을 방문했을 때. 12살 여자아이가 마귀에 씌었다는 얘기를 듣고
대수롭지 않게 참 안됐구나..생각했는데. 수녀님들이 기도해주러 가자고 했다.
사실 무섭기도 하고 썩 내키지도 않았지만
명색이 수녀인데 안가면 안될 것같아 따라나섰다.
아이의 집은 아주 가난했다.
아이는 방에서 뒹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장정들인 그 아이의 오빠와 아버지도 그녀의 힘을 이기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기도를 시작하는데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듯했다.
옆에 있던 수녀님의 손을 어찌나 꼭 잡고 있었던지...
기도하는 동안에도 아이는 계속 발버둥쳤다.
두려움과 분노에 가득 찬 아이의 눈빛은 정말 무서웠다.
나중에는 마치 죽은 듯 움직임이 없어 저러다 정말 죽을까 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하느님이 계시니까 이렇게 매달리고 기도하지만 신앙이 없는 이들은
너무나 가여운 영혼일 수밖에 없구나.
열심히 선교해서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려야겠다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그때 이 세상에 마귀. 더러운 영이 존재한다는 것.
하느님의 말씀과 권능만이 그들에게서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며칠 후 그 아이가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우리는 아이를 꼭 껴안아 주면서 하느님을 찬미했다.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은 그 사람을 사로잡고 그를 자신의 악으로 휘감아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확신에 찬 권위가 있어 사람들이 그 말씀을 듣고 더러운 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가두고 있던 철창은 부술 수 있었다.
복음사가는 더러운 영을 하느님을 거스르는 순수하지 못한 영이라고 말한다.
하느님 앞에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없어 가면 속에 진실을 감추고
하느님으로 부터 분리되고 멀어지는 바로 우리의 모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로마 8.35)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가두고 있는 철창을 부수기 위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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