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섯 시간밖에 없구나
이제 여섯 시간밖에 없구나!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송현신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등극하여 강력한 왕권을 확립했던 프리드리히 대왕
그는 온갖 악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천사가 나타나 그의 죄악을 낱낱이 지적해주더니 숫자 `6`을 일러주고는 떠나갔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왕은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쳤습니다.
그러고는 천사가 알려준 숫자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여섯 시간밖에 없다는 뜻이구나!
이렇게 결론 지은 왕은 여섯 시간 동안 회개와 선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여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죽지 않자 여섯 시간이 아니라 6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은 다시 6일을 6주간으로. 6주간을 6개월로. 6개월을 6녅이라 믿으며 선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6년을 산 프리드리히는 여전히 죽지 않아쑈지만 선행으로 굳어진 그의 삶은
이미 성인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비로소 세상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무엇이 헛된 것이고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생의 가장 위대한 만남의 종말에 이루어진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죽음과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참으며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살아가야 합니다.
종말은 악에 대한 선의 승리.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
그리고 찰나에 대한 영원의 승리입니다.
성경에서 종말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세상과 우주 조
죽음은 인간 삶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 날 이자 그럼으로써 구원을 얻는 때입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종말이라는 말과 함께 무척 듣기 거북한 단어입니다.
누군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조차 하기 싫어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가 현실에 집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속적인 삶에 깊숙이 파묻혀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이 세상을 통해서 저 세상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 세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저 세상이 있기 때문에 현세 삶이 주요한 것입니다.
마지막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곧 신앙인에게 가장 크고도 중요한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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