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이월성 선생님 시작노트
시를 쓴다고 씨앗을 심어놓고 전개해 나가다, 한 줄 써놓고 지우고 다시 쓰고
글을 다듬고 잊어 버렸다. 다시 보고, 눈동자를 굴려 글을 깎아내고를 거듭해서,
시 한 편을 마음속에서 실오라기 같이 끌어 내 놓는다.
시작에 정도는 없다는 금언을 머리에 담아두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다듬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고
내 세계를 찾아가야 하는 것임을 어렴풋이 알기는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시를 쓴다고 하던 친구가 자살해 죽은 뒤로 시를 쓴다는 것이
목숨까지 앗아가는 요물이구나 생각했었다.
요즘에는 언어의 함축미로 결성 된다는 시어들을 다듬고 또 다듬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려 노력을 해 본다.
어떤 시낭송회에서 내 시가 "노인네의 시여서 맥이없다." 고 어떤 식자가 말을 해서
한동안 머리를 싸안고 골머리를 때린 적이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신문기자생활을 해온 나의 생각으로는 명예 회손 죄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나는 조그만 지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자신과 다른 깃법의 시세계를 혹평하는
경망된 일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내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데 남의 일을 공개적으로 평하는 일은 삼가야 할 줄 안다.
서울신문 신춘 문단에 오르신 조수아 님의 기발한 시상에 감탄사를 올려놓으며
부러움에 나도 언젠가는 근처에 가겠지? 하는 멀쑥한 미움 같은 냉수를 벌컥여 본다.
( 2014년 4월호 시인겸 소설가 꽃삽 이월성 사진 작가겸 화가겸 기자 )
팥빙수 같은 눈
꽃삽 이월성 시인
팥빙수 같은 눈이
큰 그릇에
소복히 쌓였다.
눈에 뛸까
밤새 내린 눈
들을까
소리 없이 내린다.
한 장 편지 쓰고픈 날
가슴속 시상이
팥빙수 되어
맛깔스런 꽃잎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