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로 만들겠다!
(엠마오로 가는길 송현 신부)
기원전 2세기경. 시리아의 안티오코스왕은 유대인들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올라 예루살렘을 유대인들의 공동묘지로 만들겠다고 엄포했습니다.
과연 그는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에 유대인들을 학살해나갔습니다.
더구나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고 성전에 들어가 거룩한 제기와 봉헌물을 모조리 쓸어갔습니다.
이후 예루살렘 성전과 그리짐 산의 성소를 이교도 신에게 봉헌하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이방인들이 주님의 성전 안에서 온갖 방종과 향략을 일삼게 되었습니다.
안티오코스는 하느님의 뜻을 깨닫지 못한 채 오만함으로 잔뜩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곳 사람들의 죄로 인해 하느님이 성전을 잠시 돌보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하늘의 심판을 받아 이국의 산골짜기에서 극도의 고통 가운데 죽었습니다.
성전은 하느님께 유보된 거룩한 장소로 미사 성제와 다른 여러 성사들이
거행되는 주님의 집입니다. 같은 땅. 같은 건물일지라도 하느님께 봉헌되었기에
성전은 그 자체로 거룩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미사나 기도할 때문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 있어서도 성전 안에서는 언제나 경건한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또한 주님이 머무시는 성전을 늘 아름답고 깨끗이 보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버지의 집은 기도하는 집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당시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야할 곳에서
엉뚱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온갖 잡다한 생각에 주님을 향한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적어도 성당 안에서는 세속적인 생각을 잠시 저버두고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젖혀야 합니다.
주님의 집인 성당에서만큼은 오로지 그분과 만나야 합니다.
보석으로 치장한 상자에 돌을 가득 담아놓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켜
돌상자...라 부를 것이요.
흙으로 빚은 상자라도 그 안에 보석을 담아놓으면 보석상자..라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장엄한 성전일지라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형식적이고 겉치레에 불과한 믿음을 가졌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비록 초막에 흙으로 지은 성전일지라도 모인 이들이 진정으로 하느님을 섬긴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성전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곳을 하느님이 계시는 거룩한 곳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성전이 아니라 성전 안에 모인 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을 우리 신앙인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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