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꿈꾸다
하느님을 꿈꾸다
루카 복음 9장 23-26
얼마 전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청양 다락골 성지에 갔습니다.
무명 순교자들 무덤가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도를 바치고, 각자 흩어져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참 뒤 다시 무명 순교자 묘를 찾았을 때 한 형제가 그 순교자 묘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렇게 누워 있는 그 형제를 저도 한참 동안 멀리서 바라봤습니다.
순교자 묘 옆에 누운 그 마음이 순교자들 모습과 겹쳐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일었습니다.
무엇보다 순교자 묘 옆에 누워 순교자들 마음과 함께 하고자 하는 그 형제의 마음이 좋아보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기운과 위안의 따뜻함이 번져갈 때,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우리는 매일 그렇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행복한 선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소중하고, 사람이 있음에 세상이 아름다워야 함에도
그 안에는 여전히 많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죽음이 그늘져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또 다른 선물로 이 땅에 하느님을 아는 그리스도인을 준비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죽음마저도 품에 안고 가면서,
그것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줄 사람들을 우리 앞에 세워주신 것이죠.
청양 다락골을 찾은 형제가 무명 순교자의 무덤 옆에 누워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 그분과 마음으로 손잡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며 행복했고, 그 모습을 보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교자와 우리가 같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꿈은 우리가 자신의 세상에서 걸어 나와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로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순교자들이 보았던 큰 희망을 우리도 함께 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 지금 하느님과 어떻게 손잡고 있나요?
이회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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