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오래된 미움

수성구 2020. 9. 3. 05:16

오래된 미움

9월 첫째주 연중 제23주일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마태 18-15-20)

 

 

오래된 미움

(신은근 신부. 마산교구 신안동성당 주임)

 

 

임금이 배를 타고 바다게 갔다가 거센 풍랑을 만났다.

배를 처음 탄 신하 한 명이 겁에 질려 소란을 피웠다.

그 신하의 비명이 갈수록 더 커지자 배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사람들이 화를 냈다.

마침내 왕은 그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대신 한 명이 나섰다.

저 사람을 맡겨주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왕의 허락을 얻은 대신은 울부짖는 신하를 줄에 매달아 바다에 던졌다.

물에 빠진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대신은 끌어올리라 했다.

갑판에 올려진 신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구석으로 가더니 쭈구리고 앉아 아무 말도 안했다.

궁금하게 여긴 왕은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신이 답했다.

사람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까기는 그동안 얼마나 큰 행운 속에

있었는지 잘 모른답니다.

 

 

돌아보면 참 많은 은총 속에 살았다.

아찔한 때마다 함께해주셨다.

이제라도 별것 아닌 일에 분노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자.

작은 용서의 실천이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둘이 만나 타일러라.

그러 말을 들으면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마태 18.15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용서는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순간의 결정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두고 덕을 쌓는 수행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마음먹으면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순간에 생긴 미움은 순간의 용서로 잊어진다.

하지만 오래된 미움은 상처로 바뀐 미움이다.

그동안 쌓인 시간만큼의 수련과 치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작은 용서다.

혼자만 알고 있는 작은 용서를 수없이 실천하는 것이다.

작은 용서가 몸에 배면 어느 날 큰 용서도 작아보인다.

하찮은 것에도 감사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자.

용서의 에너지를 쌓으면 언젠가는 달라진 삶을 느낄 것이다.

내 것이라 믿었던 것이 그분께서 주신 것임을 알게 되 것이다.

 

 

시련 역시 필요했기에 주셨다.

축복만 은총이라 여기면 불편함의 의미는

영영 깨닫지 못하게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바뀌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못 보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인생 무대에선 내가 주인공이며 관객이다.

내가 먼저 박수 치지 않으면 아무도 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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