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쑥떡 대박

수성구 2020. 8. 29. 05:04

쑥떡 대박

쑥떡 대박

(김준호 신부)

 

 

공소 두 곳을 수리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복권을 사기로 했다.

본당 신자들의 영명축일이 되면 복권 한 장씩을 사주면서 뒤에다 썼다.

 

 

오늘 축일을 축하하면서 이 복권을 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복권 꼭 당첨되기 바라며. 만일 당첨되면 그 절반을

본당에 봉헌할 것을 약속합시다.

 

 

에~~고. 하느님도 무심하셔라.

복권 타서 당신 집을 고쳐 드리겠다는데.

세상에 일 년이 다 되도록 단돈 천 원짜리도 당첨이 안 됐다.

 

 

여러분. 어젯밤 꿈에 하느님께서 저에게

`야. 이놈아. 쩨쩨하게 공짜 돈으로 내 집을 고치려 하노? 하고 물으십디다.

그렇습니다. 부족하지만 우리 정성으로.

우리 손으로 기금을 마련하십시다.

확신에 찬 내 강론에 신자들이 감동했나?

 

 

주일 미사 후에 전 신자가 쑥을 뜯기로 했다.

쑥떡을 빚을 계획이었다.

주일하교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들에 나가 함께 쑥을 뜯었다.

그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아서 막걸리도 한 말 사고.

회장님이 돼지고기를 사와서 야외에서 불고기 파티까지 열었다.

화기애애. 모두들 좋아했다.

아..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바로 이거였구나.

 

 

 

 

그렇게 만든 쑥떡을 시내 큰 본당으로 짊어지고 가서

그 복권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대뱍. 대박!
깊은 산골 무공해 쑥떡이라 했더니

도시 사람들은 큰 호응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하느님의 섭리는 실로 오묘하도다.

천주께 감사. 감사. 감사. 그 해에 공소 두곳을 수리하고.

허물어진 성당의 담장까지 말끔히 고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당신 뜻을 함부로 판단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복권 한 장만 당첨되게 해주시지....

 

 

(이번에 출판한 김준호 신부님의 책 제목이

주노신부 장개갔다네..중에서 적어보았네요..

신부님 사목하시면서 경험담을 적어놓으셨는데

진솔하면서 아주 맘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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