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수성구 2020. 8. 26. 05:52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그런데 나를 너무나. 이토록.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때론 당혹스럽고.

때론 불편하며. 때론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있다.

솔직히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이제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고(예레20.9)

싶은 심정일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에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

(마태16.23)는 것을..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편안한 행복만이 사랑이라 믿어온 나에게

십자가와 사랑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뜨거운 냄비 뚜껑을 맨손으로 잡는 어머니들의 단단한 손처럼.

사랑은 종종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영성체 때 성체를 받아 모시는 신자들의 손을 보며

그들이 살아온 삶을 가늠해본다.

이쁘고 매끄럽기보다는 거칠고 투박한손에서 어쩌면

평생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제물로 살아온 듯한 모습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주님.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당신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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