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죄 벌써 잊었대
8월 첫째주 연중 제18주일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마태 14.13-21)
아빠 죄 벌써 잊었대
(신은근 신부. 마산교구 신안동 성당 주임)
사람들은 예수를 따르고 있었다.
먹을 것은 동났고 사 먹을 수도 없다.
이대로 굶는가?
사막을 건너는 이에겐 물이 생명이다.
때때로 죽음보다 더한 목마름을 만난다.
무엇으로 견디어낼까? 희망이다.
오아시스를 만날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면 목마름에 진다고 한다.
희망 자체가 힘인 것이다.
인생 사막도 마찬가지다.
고통에 직면한 이에게 정작 필요한 건 희망이다.
포기란 희망을 접는 행위다.
예수를 따르다 굶주림을 만난 사람들 중 많은 이가
도중에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버틴 이들은 기적의 빵을 먹었다.
희망이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이 더 두렵겠는가?
주님은 희망을 넘어 믿음까지 주셨다.
누구도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개로 군중을 먹일 수는 없다.
그래서 기적이다.
빵을 먹는 기쁨은 강렬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의 핵심은 배고픔의 해결에 있지 않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예수님의 손을 거치면 기적이 된다는 데 있다.
그분의 손을 거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봉헌이다. 바치는 행위다.
주어진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봉헌이 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주님이 주신 것으로 여기며 받아들일 때
봉헌이 된다. 누구에게나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 섯개는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술꾼이 있었다.
평소 말이 없다가도 술만 먹으면 거칠어졌다.
동네에선 사람 취급을 안했다.
하루는 성당에 다니는 그의 막내가 말했다.
아빠. 어젯밤 꿈에 예수님을 봤어요..
그는 피곤한 듯 답했다.
야...예수가 어디 있냐?
오늘 밤 나타나면 한번 물어봐.
아빠가 지은 죄를 말해보라고.
그럼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있어..
다음날 아들이 말했다.
`아빠. 어젯밤 예수님이 말씀하셨어요..
`얘야. 아빠한테 얘기하렴.
아빠가 지은 죄는 벌써 잊었다고...
그말에 술꾼은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술주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죄를 벌주는 하느님을 상상한다.
이유가 뭘까?
잘못만 떠올리기에 그렇다.
예수께선 하늘의 아버지라고 하셨다.
어떤 아버지든 자식을 사랑하고 잘 되길 바란다.
하늘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예수는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은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2000년 전에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마태 14.20)이
복음 구절을 새롭게 묵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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