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진정한 사랑이 하늘을 열고

수성구 2020. 5. 21. 05:08

진정한 사랑이 하늘을 열고


      




5월 넷째주 주님 승천 대축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었다

(마태 28-16-20)



진정한 사랑이 하늘을 열고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어릴 적 우리 집은 배나무 과수원과 논농사. 밭농사를 했다.

그리 크진 않았찌만 많은 손길이 필요했다.

배나무에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를 하고

가지를 줍고 약을 치고...

온 식구가 달려들어 힘을 모아야 했다.

수확 시기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장날이 되면 어머니와 나는 배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읍내 장으로 향했다.

숨이 턱까지 차게 하는 가파른 고개를 숨을 헐떡이며 오를때면

어김없이 학생들을 가득 태운 완행버스가 지나갔다.

그때 난 그 시간이 부끄럽고 싫었다.

짝사랑한 예쁜 여학생이 그 버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서도 배와 농작물이 잘 팔리길 기도했다.

하교길에 읍내 장에 들르면 어느새 오일장은

파장 무렵이 되어 있었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어머니의 햇빛에 까맣게 탄 얼굴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제야 그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승천의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음을 다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얼굴.



진정한 삶의 시간은 사랑의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다.

나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끝내 어머니를 리어카에 태우고 그 가파른 고개를 기쁘게 넘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그 고개를 오르고 넘었던

기억이 힘을 많이 준다.








사랑의 여정은 이와 같이 성장을 필요로 한다.

성장은 하느님을 향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향기로운 꽃처럼 이 땅에서 예수님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그도 어느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이었다.

우리를 위해 작은 사람이 되어 오신 한 분이

오늘 하늘로 오르신다.



사랑은 끝도 없고 한계도 없고 불가능함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야 오를 수 있는 하늘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하늘이다.

십자가의 실천없이는 이룰 수 없는 하늘이다.

진정한 사랑이 하늘을 열고 하늘로 오른다.

하늘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은총의 시간이기를 기도드린다.



내려놓는 법을.

떠나는 법을 배우자.

서로를 들어 높이는 승천이다.

다시 하늘을 향하자.

다시 사랑을 향하자.

언제나 하늘은 말씀으로 열려있다.



내 어머니가 사랑한 하느님 말씀이 고개를 넘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게 했듯이 우리의 여정이

말씀 안에서 하늘을 가득 담기를 기도한다.

말씀이 하늘이며 기도가 하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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