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부활이 우리에게 뜻하는 것은
예수 부활이 우리에게 뜻하는 것은
“부활을 축하합니다.” 우리는 부활절을 맞이하면 으레 이런 인사를 나누는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예수 부활이 나에게, 또는 인사를 받는 상대방에게 무슨 의미가 있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일까? 혹 별다른 뜻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하는 말치레는 아닐까?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을 믿는 우리 모두의 부활에 대한 예표(豫表)이기 때문에 우리 믿는 이들은 우리의 부활에 대한 성취를 미리 축하하는 것이다. 즉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부활에 대한 보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사건이 정말 나에게 실감으로 다가오는가?
성서를 통해서 보면, 당시 예수님을 직접 뵙고 따르던 제자들도, 여러 번 되풀이 된 수난과 죽음, 그리고 사흗날에 부활하리라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분의 부활을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망하고 엠마오로 낙향하던 글레오파의 일행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루가 24, 30-31).” 예수님께서 생전에 하셨던 모습을 재현해 보이심으로써 비로소 마주앉은 분이 바로 예수님임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부활 후 예수님이 처음 나타나셨을 때, 유령이라며 무서워 떠는 제자들 앞에서 예수님은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자, 만져 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하시며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 주셨다(루가24, 39-40).”라는 말씀이 있다. 이 밖에도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20, 25)" 하고 말한 토마의 불신앙에서도 보듯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우리의 오관(五官)으로 받아들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로지 믿음 안에서만 가능한 사건이다. 그래서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20, 29).”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한참 전에 우리 천주교 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앙생활 실태조사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믿느냐?”는 설문에 ‘절대로 믿는다.’고 한 답변은 84.6%, ‘어느 정도 믿는다.’는 응답은 13.4%로 나타났다. 즉 믿음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망정 응답자 가운데 98%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믿을 교리로서의 이성적인 답변일 뿐,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런 부활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는가?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시어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감각에 다가오시지 않는다. 그분은 우리 곁에 영적으로 항상 함께 하신다. 설사 그분이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으로 다가오신다 해도 웬만해서는 우리가 그분을 바로 알아 뵙지 못한다.
그분은 우리에게 고통 받는 이웃으로 나타나신다. 치매에 시달리는 부모님으로, 장애자인 자녀로, 고통 받는 동기간으로, 그리고 헐벗고 굶주린 이웃으로, 이 시대에 핍박받는 천덕꾸러기로 그렇게 우리 앞에 다가오신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하잘것없는 군상 속에서 우 리가 ‘작은 예수님’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핍박하고 멸시한다. 그들은 못나 보이고 무가치해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성서에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 그리스도인 줄을 알기만 했다면야 서로가 대접하기 위해서 쟁탈전이라도 벌였겠지만,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우리는 마음 편하게 자위하면서 달리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꿈에라도 현몽해 주시기를 헛되이 기다리고 있다.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마태25,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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