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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대한 추억

수성구 2020. 1. 23. 02:37
설날에 대한 추억




설날에 대한 추억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설빔, 새 신발, 새 음식,
세뱃돈까지 그날은 명절 이상이었다.

모처럼 실컷 먹고
주머니까지 훈훈했으니...

깍,깍,깍...
울안 감나무에서 깨금발로
“까치 까치 설날~” 노래하던
녀석은 말 그대로 길조였다.
설을 앞두고 연거푸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눈망울에 생기가 돌았다.






가마솥의 황톳빛 엿물은
깨를 만나 강정이 되고,
맷돌은 돌고 돌아

두부와 도토리묵을 만들어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겨울꽃 같은 만두를 빚고,
그렇게 떡과 전, 산적 등
세찬 장만하느라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은
눈코 뜰 새 없었다.

함박눈처럼 온 누리 하얗게
서리꽃 피던 그날, 눅진하고
달콤한 조청에 말랑말랑한 떡을
찍어먹으면 쫀득한 맛에,
향기 솔솔, 은근한 목 넘김
정말 꿀맛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날이 다가와도 가슴이 뛰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때만큼 맛있지 않다.








초가집 저녁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뜨끈뜨끈한 떡이

서서히 식어가며 굳어가듯,

어느새 나이테가 하나 둘 많아지면서
마음도 무디어지고 입맛도
경화되어 가는 것일까?

늘 가슴을 방망이질하던
첫사랑을 회복하듯,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리울 김형태 -






가족이란,
네가 "누구의 핏줄이냐" 가 아니라,
네가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것이다.

- 트레이 파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