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깊어도 눈보라일 뿐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사연이 아무리 지극해도 쓸쓸한 바람인 것을.
버릴 것은 버려야지 줄게 있으면 줘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면 무엇 하리오.
삶도 내 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사는
세상 뭐 그리 잘났다고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도 있다지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는 것,
잠시 대역 연기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고
기쁜 표정 짓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소.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요.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저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은걸..
-서산대사 입적하기 하루 전 ‘해탈(解脫)’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