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사는 이야기

김치|―········

수성구 2013. 12. 14. 08:37

 

                             


 


김치//천년미소   
품으면 좋은 줄 알았다
타는 태양을 품었고
거친 폭우도 품었고
심지어 지나던 바람까지 품었다
거만하게 팽배해진 나!
도려낸 아픔위로 
춤추며 흩뿌려지는 알갱이들
숨막힌 통증! 죽고 싶은 고통!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
내면의 생채기 다 도려내고
맑은 수중에서 몸 단장할 때
비로소 알았다
나 거듭 태어났음을!
매콤하고 곰삭은 향이 코를 자극하고
붉은 가루가 내 온몸을 뒤덮을때
나는 숙성의 희열을 느끼며
그 한해의 겨울을 다 품었다
 
 

 

 

지난 12월 7일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김장 문화가 세계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서 그런지 내 기쁨의 질은 표현부터가 달랐습니다.

우선 내 자신이 내면적으로 기뻤고

그 다음에는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접하고 같이 기뻐해 주었으면 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김치는 매워서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가지 잊지 못할 추억은 있답니다

해마다 아버지께서 땅을 파시고 어머니께서는 손질한 독을 땅에 묻으시고

그 안에다 통무를 넣고 소금과 물을 넣어 동치미를 만드셨습니다

 

한겨울 어머니는 길쌈을 삼으시고 아버지께서는 고전을 읽으시다가

(왜 그러셨는지 대문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읽으셨다)

늦은밤이 되면 어머니께서는 간식으로 동치미를 꺼내 오시고

각방에 있던 언니 오빠들을 호출하셨습니다

큼직하고 어슷하게 썰어진 동치미 한 조각씩을 들고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지금도 그 시절이 새록새록합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잠을 자다가 먹는 소리에 일어나 먹기도 하고

한잠이 들어버리면 때를 놓치는 수도 가끔은 있었지요

 

피카소 그림이 아무리 유명하고 밀레의 저녁종이 우리들에게 잊지못할 감명의 명화라면

내 어린시절의 온가족이 호롱불 아래 둥그렇게 둘러앉아 서로 엇비슷한 달덩이 얼굴을 마주하고

정감나게 먹던 그 추억이 제게는 퇴색이 되지 않는 명화랍니다.

 

 

 

시집을 온후의 김장법도  친정에서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제가 직접 김치를 시어머니와 함께 담궜다는 것이 새롭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김장때마다 하시는 레파토리로

"우리 시집 왔을땐 먹을거리가 없어서, 며느리들은 김장때와 메주콩 쑬때가 젤로 배부른 날이다.

하시면서 김치 한쪽을 쭈욱 찢어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입에 반강제적으로 넣으시고는

흐믓한 미소를 띠시며 "맛있쟈?"

하시던 그 말씀이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우리나라 김치의 역사를 보면 800년 전에 이미 김치의 역사가 시작이 되었으며

김치의 원래 이름은 침채(채소를 소금에 절인다는 뜻)팀채 ,딤채, 짐치에서

김치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핵가족화 또는 공장에서 직접 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 하나가  사라져 버린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전의 풍습을 보면 내집과 네집을 돌아가면서 품앗이 형태로

김장을 했으니 마을이 얼마나 정겨웠겠습니까?

제가 시집간 그 해만 해도 동네 아주머님들께서 오셔서 우리집의

김치를 버무려 주셨는데..

 

그리고 낮에 새로 지은 밥으로 버부린 김치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밥맛이 꿀맛이었지요 ㅎ

 

김치문화가 세계무형 문화재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슬그머니 더 큰 욕심도 나네요

된장문화, 간장문화,고추장 문화,

그리고 젓갈문화도 있지요

 발효과학이라면 참으로 우수성이 있을텐데 말이죠.....ㅎㅎ

 

울 님들 김장은 다 잘 하셨나요?

우리모두 김장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뿌듯한 마음으로 자축합시다. *^&^*

 

 

 

                         

 

'백합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마음의 친구   (0) 2013.12.15
삶의 잔잔한 행복|◈─……  (0) 2013.12.15
자식의 손과 부모의 손  (0) 2013.12.11
세 가지 '금'   (0) 2013.12.08
송년회|―········  (0)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