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소박하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

수성구 2013. 12. 7. 13:49

 

 
소박하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자 제32회 ‘인권주일’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그에 맞갖은 삶을 보장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교회가 만천하에 천명하는 날입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라도 그 중심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진정한 안녕과 평화를 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경제개발논리로 인하여 공동선이 파괴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권리가 훼손되는 현상을 끊임없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국내 인권문제에는 다소 관심과 지지를 보내지만,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먼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과 관련하여 어느 학생이 했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의 환경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그 문제에 대한 글을 쓰고 계시는 분들은, 지금 지구촌에서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를 사용해 보지도 못한 어느 나라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에 잠기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적이 있으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하여 국토가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 사회는 생명을 희생해 가면서 까지도 경제적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물질과 편리함 안에서 헛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지구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물질만능주의와 생명 경시풍조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였으며, 우리들을 ‘죽음의 문화’ 현상들의 위험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몇 해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촌 생명체들이 사용하는 신진대사의 필수기본요소 여섯 가지 중에서 ‘인’(P)을 대신하여 독극물인 규소’(Si)를 사용해 생명을 유지하는 바이러스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것이 이렇게 심오한데, 하물며 우리가 생명을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깊게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세례자 요한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마태 3,2.11)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겸손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천하고 초라한 것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때, 비로소 소박하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알아 뵐 수 있는 것입니다. 타인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말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한 주 동안에도 굳이 인간의 생명을 갖고 태어나고자 하시는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곧 오실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립시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전영준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