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기도

거슬림

수성구 2018. 4. 22. 04:15

거슬림|묵상의 뜰

           



거슬림

요한 복음6장 60ㄴ-69절


      “이 말이 너희 귀에 거슬리느냐?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저는 나름 강론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칭찬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제 강론이 모두에게 좋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하는 강론을 대단히 귀에 거슬려 합니다.
      복음 말씀을 우리 세상살이 안에서 풀어낼 때, 이 시대 소외되고 버려진 이들의 아픔과
      그들을 아프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매우 언짢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를 지르며 성전에서 떠나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모두가 듣기 좋은 강론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복음이 왜 복음인 줄 아십니까? 귀에 거슬리지 않고 듣기 좋아서 복음이 아닙니다.
      비록 듣기에는 너무 거북하고 귀에 거슬린다 하더라도 그 말씀이 결국 우리를 살리는 영이며
      생명이신 말씀이기에 그래서 복음인 것입니다.
      복음의 내용이 다 뭡니까? 누군가는 채우지만 누군가는 비워줘야 하고 누군가는 올라가지만
      누군가는 내려와야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어찌 모두에게 듣기 좋은 소리겠습니까?
      가난한 자는 듣기 좋겠지만 부자에게는 거슬리는 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세상 모든 사람에게 거슬리지 않는 그런 복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복음이 아닙니다.
      복음이 그러하다면 강론도 어찌 모든 사람에게 듣기 좋은 소리일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 강론이 복음에 충실하지 못할까 그게 두려울 뿐입니다.


      * 주님의 말씀, 귀에 거슬리지만 듣겠습니다. 불편하지만 따르겠습니다.
      아프지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때 거슬림은 축복이 되고, 불편함은 은총이 되고,
      아픔은 구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용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