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일수록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두 가지 성경 말씀, 그리고 두 인물은 어찌 그리도 극단적으로 대비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첫번째 등장 인물은 솔로몬 임금입니다. 그는 조상과 아버지를 잘 만난 금수저 중의 금수저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이 한 세상 살면서 누릴 것이라고는 다 누리고 살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금상첨화로 그는 주님으로부터 탁월한 지혜와 분별력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더 없이 화려하고 빛나는 생애를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년이 도달한 솔로몬 임금은 분별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요즘 메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맛이 간’ 지도층 인사들처럼 추하게 변해갔습니다.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 백성들의 탁월한 지도자이자 선택된 왕으로서의 매력적인 모습은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절대 걷지 말아야 할 우상숭배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노인 솔로몬 왕이 얼마나 분별력을 상실했던지, 거듭된 주님의 만류와 경고에도 전혀 ‘말빨’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상 숭배를 위한 산당을 지었습니다. 잡신들 앞에 향을 피웠고 재물을 바쳤습니다.
솔로몬 임금이 그토록 급격히 추락하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그가 거느렸던 이방인 아내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사리분별력이 흐려진 그는 이미 간교하고 요사스런 이방인 아내들을 감당할 내공을 상실하고 만 것입니다. 그 결과 그는 주님으로부터의 큰 진노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두번째 등장 인물은 솔로몬 임금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한 가련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의 이교도로서 마귀들린 딸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던 한 가련한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비록 이방인이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셨던 신성(神聖)과 전지전능하심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분을 향한 강한 신뢰심과 굳은 신앙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태도로 딸의 치유를 청했습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르코 복음 7장 28절)
거듭된 예수님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간절하다 못해 집요하게 매달린 결과, 그녀는 즉각적인 딸의 치유라는 큰 은총과 축복을 선물로 받습니다.
잘 나가던 솔로몬 왕의 급격한 쇠락과 더 이상 비참할 수 없었던 이방인 여인의 수직 상승은 오늘 우리에게 큰 교훈 하나를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 일수록 더욱 겸손해져야겠습니다. 아무리 심연의 밑바닥에 있다 할지라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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