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양승국 신부님

추억 속의 성탄절|………◎

수성구 2017. 12. 25. 05:31

추억 속의 성탄절|………◎ 양승국♡신부

       


추억 속의 성탄절


성탄절이 돌아올 때 마다 제 어린 시절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대여섯살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함박눈을 맞으며, 어머니 손을 잡고 십여리 길을 조심조심 걸어 성탄 밤미사를 드리러 가곤 했습니다. 미사 시간 내내 군용천막 성당은 너무나도 추워 코끝까지 다 시렸지만, 선교사 신부님의 미소와 넓은 품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꼬마 입장에서는 꽤나 벅찬 성탄 미사를 다녀오는 조건으로, 직장 일이 끝난 아버지는 양손 가득 성탄 선물로, 당시로서는 어린이들에게 최상의 선물이었던, 큼지막한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오셨습니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밤새 이 과자 저 과자 맛보면서 그렇게 성탄절을 만끽했습니다.

은총과 축복의 성탄 전야에 성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성탄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 각자에게 건네시는 종합선물세트!’

완성을 추구하지만 언제나 미완성인 우리들, 완벽을 추구하지만 늘 결핍된 존재인 우리들, 충족함과 충만함을 갈구하지만 늘 뭔가 허전하고 허탈한 우리들의 그 부족함과 한계를 가득 채워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값지고 정성스런 선물이 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세상 가장 작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신 하느님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육화강생에 담긴 그 큰 은혜와 감동, 우리를 향한 큰 사랑과 깊은 의미를 침묵 속에 천천히 되새기는 이번 성탄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탄절은 오늘 이 시대 우리에게 과연 무엇입니까?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을 담으면 성탄은 우리의 것이 됩니다. 우리 내면에 자비와 측은지심으로 가득한 주님 사랑의 기운이 있다면, 우리 안에 주님께서 탄생하신 것입니다.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정화될 때 성탄의 참모습이 우리 앞에 드러납니다. 매일의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가 환하고 해맑게 웃으면,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것입니다.

한없이 겸손하신 하느님을 따라 심연의 바닥으로 내려갈 때, 우리는 거기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뵙게 될 것입니다.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신 아기 예수님을 따라 우리 매일의 삶 속에서 겸손의 향기가 풍겨날때, 우리의 얼굴은 성탄의 은총으로 빛날 것입니다.

- 양승국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