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 수 있는 성당 유치원
“우리는 예수님의 어린 군대들 예수님을 앞세우고
마귀와 힘껏 싸워 승리 거두자. 우리는 사랑의 군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들려준다며 아이가 부른 노래를
저도 모르게 따라 불렀습니다. 아이는 신기했나 봅니다.
“엄마도 이 노래 알아?”
“그럼 알지. 엄마도 어렸을 때 그 노래 불렀는걸.”
“정말? 엄마가 어렸을 때도 이 노래 불렀어?”
아이가 성당 유치원에 다니기에 가능한 일인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행여 영어 유치원에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에게 무슨 영어냐’ 싶기도 했지만,
학창시절에 이어 사회에 나와서도 영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자꾸 불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영어 유치원은 접어두고,
아이가 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떠오른 곳은 성당 유치원. 신자이니 당연히 보내고 싶었습니다.
성당 유치원이 제일 좋다는 엄마들 입소문은 저를 더 간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모집하는 원아의 정원이 많지 않았고, 추첨으로 결정하기에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성당 유치원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구청 어린이집은 물론, 사립 유치원과 교회 유치원까지, 원서를 낼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냈습니다. 유치원부터 왜 이렇게 들어가기가 힘든지….
마지막 추첨에서 성당 유치원에 합격하고 나니 한시름 놓였습니다.
성당에서 하는 유치원이라 아이들 먹는 것부터 교육까지 모든 것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돌출행동을 보이면
회의를 통해 그 일에 대해 공유하고, 다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줍니다.
또 아이가 위축되어 있으면 선생님들이 다 함께 격려해 주는 등
서서히 알게 된 좋은 시스템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정통신문에
‘유치원에 전화 거는 시간은 등원시간에는 삼가해 주십시오.
그만큼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없어집니다.’하는 문구는 유치원이
엄마 중심이기보다 아이들 중심이라는 신뢰감을 갖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칙이 지켜지는 것과 다소 엄한 분위기도 마음에 듭니다.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 다녔다면 영어 단어 몇 개 배우고 익혀 와서
엄마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가위 바위 보를 하기 전에 급작스럽게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모습이나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불러주는 성가들은 제 마음을 흡족하게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부터 신앙교육까지 당연히 가정에서 해야
하는 몫이지만, 엄마가 부족한 점이 많아 유치원에 많은 걸 기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당 유치원이 더 생기기를 바라고, 나아가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
건립에도 더 힘을 기울인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아이의 하원 길에 함께 하는 기도를 되뇌어 봅니다.
“예수님, 성모님, 오늘도 저희 가는 길 지켜주세요.”
황정민 아녜스 /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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