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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을 들은 이후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실 즈음에 소화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다시 찾아주지 않는 임금에 대한 원망과
궁녀들과 다른 빈들의 시기와 질투 등으로 앓아 누웠습니다.
"하나님,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하나님, 단 한 번만이라도 소화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두 모녀의 간절한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마침내 어머니는
소화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울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궁궐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소화는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집을 찾았습니다.
동네 사람들마다 혀를 차며
두 모녀의 기구한 운명을 슬퍼하였습니다.
소화는 어머니의 무덤에 엎드려 한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소화야, 울지 마라. 에미가 네 귀가 되어줄께."
소화는 깜짝 놀랐습니다.
난생 처음 생생하게 귀로 듣는 소리였습니다.
어머니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어머니, 아니에요. 편히 쉬세요."
무덤가에서 소화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벙어리라더니 저렇게 또박또박 말을 하잖아!"
"그럼, 그게 헛소문이었단 말인가?"
소화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람들이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분명히 남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의 목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어머니!"
"그랴, 여름날이면 내가 있는 궁궐 담을 끼고 피어나마.
그래서
우리 소화가 임금님에게 사랑받는 것도 봐야지.
내 무덤가에 있는 흙 한 줌을 가져다
네가 거하는 궁궐 담에 뿌리려무나."
장례식을 마치고 궁궐에 들어간 소화를 임금님이 불렀습니다.
"빈은 그동안 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가?"
"사실은 그동안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였습니다."
"그래? 짐은 빈이 나를 못마땅하게
여겨 그런다고 생각했었소.""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목숨을 거둘수도 있었으나
너무 아름다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소."
소화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무덤에서 가져온 흙을 궁궐의 담에 뿌렸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5F7E3453A136AD0E)
임금의 사랑을 듬뿍 받을수록 소화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이른 봄부터 어머니 무덤가의 흙이 뿌려진 궁궐담에는
푸릇푸릇 싹이 나오며 담장을 기며 이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 날,
귀 모양을 닮은 꽃이 피었습니다.
'아, 어머니! 어머니!'
그 이후로 능소화는 아주 오랫동안 궁궐을 출입하는
양반들 집에 심기워져 사랑을 받아
양반꽃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답니다.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끝내 다시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 된 이유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피어났기 때문이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BDB4B53A0281E1D)
요즘...
능소화 꽃이 한창입니다
가까이에서 능소화꽃의 고운 자태를
관찰하시며, 궁녀 소화의 슬픈 사연을
회상하시며, 잠시 더위를
잊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