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행복해 밤10시, 꽤 늦은 시간인데 아이들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요놈들이 다 잠들었겠지 하며 조심조심 아파트 복도를 따라 걸었는데, 오늘도 아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아이들은 요즘 옛날이야기에 빠져 있다. 아내가 늦은 밤까지 하는 재택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일 주일. 이제 아이들과 동침하는 법을 조금씩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아이들을 무조건 재우려 했지만 그건 아이들 마음을 너무 모르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조금만 더 아빠 목소리를 듣고 아빠와 장난 치고 싶어 하는 그 순한 마음을, 피곤하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핑계로 접게 만든 것이다. 이층침대에 달려 있는 독서등을 켜고 옛날이야기 책을 한 권 집어든다. 초등학생 첫째는 어느 부분을 읽을 차례인지 정확하게 짚어준다. 둘째 꼬마는 몇 줄 읽지도 않았는데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천천히 재미있게 읽어야 아이들이 빨리 잠든다고 누군가 조언했는데, 동화구연하듯 읽어주니 이야기 중간에 잠들기는 글렀다. '입춘대길 코춘대길'이라는 이야기는 어느 모자란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가 친정에 가는 남편이 수모를 당하지 않도록 대문에 붙어 있는 '입춘대길' 글자를 열심히 가르쳐주었는데, 그만 장인어른 앞에서 긴장하며 '코춘대길'이라 읽고 만 내용이었다. 첫째는 코춘대길이라는 말에 침대 위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고, 둘째는 영문도 모르지만 형이 배곱 빠지게 웃으니 덩달아 떼구르르 구른다. 오늘도 잠들기 전 아이들은 "아빠랑 자는 게 제일 행복해." "아빠 사랑해." 라며 꿀같은 한 마디를 속삭인다. '나도 너희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렇게 서로 안아주다 삼부자는 단잠에 빠져든다. 서의규|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