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었을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여보 미안해...사랑해...그리고 용서해줘...](https://search2.kakaocdn.net/argon/0x200_85_hr/JQl8eFII81L)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여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펌)](https://search3.kakaocdn.net/argon/0x200_85_hr/5VoAVobywd8)
하지만 아내는 살가와 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 온 말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3.kakaocdn.net/argon/0x200_85_hr/224ToCyDOpe)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나는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 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 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1.kakaocdn.net/argon/0x200_85_hr/6Ow5dbxO2Rw)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 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3.kakaocdn.net/argon/0x200_85_hr/Gm4haZ8M4X0)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것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http://senka36.iptime.org/~snowpeak/zx12/olddman04.jpg)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여보, 미안해. 사랑해, 용서해 줘!!”](https://search4.kakaocdn.net/argon/0x200_85_hr/DdPYVoeeyT7)
올해 적금타면 울 엄마 한 이백만 원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를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1.kakaocdn.net/argon/0x200_85_hr/6Az7pdIP76a)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 보내고...어떻게 살아갈까....
![](http://senka36.iptime.org/~snowpeak/zx12/olddman07.jpg)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4.kakaocdn.net/argon/0x200_85_hr/3EVVwUukoOt)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여보 사랑해...미안해...♥](https://search2.kakaocdn.net/argon/0x200_85_hr/FyjrO3V2D71)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4.kakaocdn.net/argon/0x200_85_hr/LIOdP6xFy3x)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3주차 여보 미안해 사랑해](https://search4.kakaocdn.net/argon/0x200_85_hr/2HLtRZo5OuV)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것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사랑해 미안해](https://search3.kakaocdn.net/argon/0x200_85_hr/4U0vt7xnZrO)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