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수성구 2016. 11. 11. 04:00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감동ノ눈물감동글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시장 어귀에 줄줄이 늘어선 좌판들 틈에 어머니의 생선가게가 있습니다.

가게라지만 사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목에 한 뼘도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판입니다.

어머니는 길거리에 생선박스를

 

내려놓고 오늘도 힘껏 소리치십니다.

어머니는 탁탁 생선을 토막 내 손님들에게 팔았습니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생선을 두어 상자씩 받아다 팔아 자식 다섯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한 마리 사. 내 싸게 줄게. 고춧가루 팍팍 풀고 맛나게 끓여 드셔.”

 

“아주머니 많이 파세요.”

 

단골이 하나둘씩 늘어났지만 궁색한 형편을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따뜻하게 해 줄만한 것은 연탄의자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변변한 외투 하나 없이 한데서 겨울

 

을 나고 감기가 떨어질 새 없었지만,

자식들 앞에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궁상맞은

 

나날을 지켜보는 게 끔찍이도 싫었던 나는 서둘러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오랫

 

동안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느라 지쳐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갔던 날,

어머니는 오랜만

 

에 찾아온 딸을 괘씸타 않으시고 기쁘게 맞아 주셨습니다.

 

“아이구, 이 추운 날 네가 어쩐 일이냐?”

 

그대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아따, 딸만 춥고 엄마는 천하장산감?”

 

“에이! 원 별소리를 다하네.”

 

 

옆 가게 아주머니의 말씀에 어머니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 말에 처음으로 어머니

 

의 옷차림을 찬찬히 뜯어본 나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엄마... 목에다 왜 비닐을?”

 

“니가 몰라서 그러지 바람 막는 덴 비닐이 최고다.”

 

어머니는 생선을 담아 파는 비닐을 목에 더 단단히 묶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도리 하나 사 드리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한심해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 길로 가서 털목도리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달려가 털목도리를 둘러 드렸습니다.

 

“돈도 없는데 뭐 하러 이런 건...”

 

그 작은 털목도리 하나에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엄마 딸이 설마 목도리 하나 살 돈 없을까......”

 

그날 나는 생선비린내가 밴 어머니의 비닐목도리를 손에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는 게 힘겨울 때마다, 좋은 집, 좋은 옷, 맛난 것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고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서

 

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