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좋은시

5월의 詩|―········

수성구 2016. 5. 1. 02:35

5월의 詩|―········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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