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143

가난을 잃어버린 마음

가난을 잃어버린 마음 - 김승오 신부 수 십 년 전 포니2 자가용을 갖게 되었을 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운전을 했습니다. 어쩌다가 교우를 만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요. 마치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것처럼... 그 때는 함백 성당 탄광촌에서 정구라켓을 들기가 부끄러워서 감추어 두고 막장에서 살아 나오는 시커먼 광부들을 생각하며... 몸을 움츠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살았습니다. 좋은 신사 양복을 교우들이 맞추어 주었을 때 입어도 되나... 하고 망설이다가 옷걸이에 걸어두고 입을 적마다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다시 벗어 걸어놓고 구겨진 옷을 걸쳐 입고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차츰 고개를 번쩍(?) 들고 여유있게 웃으며 운전을 하게 되었고 좋은 옷 사양하지 않더니... 지금 이상해 졌습니다. 부..

영성 글방 2022.09.17

그대여, 지금 힘이 드시나요?

그대여, 지금 힘이 드시나요? 그대여, 지금 힘이 드시나요?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저렇게 높고 파아란 하늘색도 조금 있으면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의 마음이 저 하늘색만큼 맨날 변하는 거지요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잠잘 수 없잖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어떻게든 치르고 지나는 것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것 그대와 나, 우리는 잘 알고 살아갑니다 지금 이 고달픔이 내 것이려니 누구도 대신해 주지않는 내 몫이려니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환한 길도 나오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대여, 지금 힘이 드시나요? 지금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여 보세요 맑은 공기로 심호흡 해 보세요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주기만 하고 있지 ..

영성 글방 2022.09.17

겸손은 보배요 無言은 평화임을

겸손은 보배요 無言은 평화임을 친구를 교제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 상호간에 예의를 잊어버리는 일도 없고, 남의 중상을 받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나가서는 말을 조심하고 남의 결점을 비평하기 전에 자기의 결점을 반성해야 합니다. 겸손은 보배요 무언은 평화입니다. 말 하지 않고 후회할 때가 한 번이라면 말하고 후회할 때는 다섯번, 여섯번입니다. 아무에게도 모질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 뜬구름 같은 세상의 덧없는 운명은 오늘은 당신에게 좋을지 모르나 내일은 나빠질 수도 있는 일이고, 현세의 재물은 모두 얼마 후에는 갚아야 할 부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얻을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남에게 모질게 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또한 당신이 다른 사람을 모질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영성 글방 2022.09.16

내가 알게 된 참 겸손

내가 알게 된 참 겸손 책을 읽다가 "겸손은 땅이다"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겸손은 땅처럼 낮고 밟히고 쓰레기까지 받아 드리면서도 그 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자라 열매 맺게 한다는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겸손에 대한 부끄러움 이였습니다. 나는 겸손을 내 몸 높이로 보았습니다. 몸 위쪽이 아닌 내 발만큼만 낮아지는 것이 였습니다. 그런데 겸손은 그게 아니였습니다. 내 발이 아니라 그 아래로 더 내려가는 것이 었습니다. 그러므로 밟히고, 눌리고, 다져지고, 아픈 것이 겸손이였습니다. 그 밟힘과 아픔과 애 태움 속에서 나는 쓰러진 채 침묵하지만 남이 탄생하고 자라 열매 맺는 것이었습니다.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땅이었습니다. -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성 글방 2022.09.14

추석 달을 보며

추석 달을 보며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 문정희 시인

영성 글방 2022.09.12

도시의 추석

도시의 추석 여기서 30년 살았으니 이제 여기가 고향이제! 하던 김씨도 고향 찾아 떠났다 집 팔고 논 팔고 광 속의 종자씨까지 모조리 훑어왔다던 이씨도 홀린 듯 훌훌 나섰다 다 떠나버려 졸지에 유령의 城이 된 도시 그간 욕심이 너무 컸던 거야! 너무 메마르게 대했어! 사치심과 이기심만 가르친 꼴이지... 회한이 번지는 회색 지붕 위엔 달마저 어느 놈이 챙겨 가버리고 없다. - 정소슬 시인

영성 글방 2022.09.12

추석 지나 저녁때

추석 지나 저녁때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 나태주 시인

영성 글방 2022.09.11

추석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

추석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 추석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 아무리 우리와 반대편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하루면 갈 수 있고, 또 인터넷이라는 것이 정말 이 지구의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하면 아무리 먼 곳의 소식이라해도 불과 몇 분 만에 그 소식을 전해보고 들을 수 있고 그러다보니까 정말 지구촌 사람들이 가까워진 지금 그 반대급부가 또 생겨나고 있습니다. 요즘 워낙 핵가족화가 되다 보니까 지구촌 사람들과는 이웃사촌이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와는 다르게 정말 가깝게 지냈던 사촌 육촌 이런 친척들과는 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핵가족 시대네 바쁘다는 핑계로 삼촌 사촌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다보니까 남들처럼 멀어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첨단 컴퓨터를 비롯한..

영성 글방 2022.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