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묵상글 나눔 3032

악의 사고 방식

악의 사고 방식 마르코 복음 1장 21ㄴ-28절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 더러운 영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구원을 받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또 생명의 길을 걷기 위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더러운 영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티 헤민 카이 소이, 예수 나자레네?τί ἡμῖν καὶ σοί, Ἰησοῦ Ναζαρηνέ?)”(마르 1,24) 이 말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하느님 나라

하느님 나라 마르코 복음 4장 26-34절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 “주일학교 친구들!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일까요? 영원히 묵주 기도 하는 곳이에요. 영원히 미사 드리는 곳, 영원히 성경 말씀 듣는 곳, 영원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에요. 하느님 나라 꼭 가고 싶은 친구들 손 들어보세요!”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럼 지옥은 어떤 곳일까요? 영원히 묵주 기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영원히 미사 드리지 않아도 되는 곳, 영원히 성경 말씀을 듣지 않아도 되는 곳, 영원히 이웃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에요. 나는 지옥이 더 좋고 편할 것 같은 친구들 손들어보세요!” 저와 함께 교리공부를 한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모두 손을 들..

나눔의 신비

나눔의 신비 마르코 복음 4장 21-25절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 로마 유학 중에 어떤 걸인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맨발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멈칫했지만 그냥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말씀이 마음속에서 툭 하고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그 사람에게 주자, 그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 때문에 용기를 내어 제가 가진 것을 주게 되었는데, ..

받아들임의 신앙

받아들임의 신앙 받아들임의 신앙; 마르코 복음 4장 1-20절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 “길” “돌밭” “가시덤불”과 “좋은 땅”이 구분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길,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의 공통점은 모두가 “말씀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씀을 들은 뒤에 그 말씀을 어떻게 대하고 간직하느냐에 따라 길,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으로 구분이 됩니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좋은 땅을 가진 사람들은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이 받아들임은 열매를 맺는 받아들임, 곧 말씀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

기도의 힘

기도의 힘 기도의 힘​ 루카 복음 10장 1-9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기도하지 않고 봉사하는 것입니다. 성체 앞에 앉지 않고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성체 조배에 동참해주십시오.” 제가 본당에 처음으로 부임해서 사목 위원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저는 본당 사목 위원들과 매일 성체 조배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에 냉담자 100명 회두라는 놀라운 일을 사목 위원들과 함께 해냈습니다. 교회의 봉사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유혹은 하느님과 함께 하는 시간없이도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복음에..

복음 선포 ​

복음 선포 ​ 복음 선포 ​ 마르코 복음 16장 15-18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 바오로 사도를 변화시킨 힘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바오로 사도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을까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시작했을 때 바오로 사도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듣기 시작할 때 우리들 안에서 놀라운 힘과 은총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예수님의 이 말씀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주라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

악의 존재 방식

악의 존재 방식 악의 존재 방식 마르코 복음 3장 7-12 예수님께서는 왜 더러운 영들이 당신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을까요? 마르코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모든 모습을 드러내시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모두 지켜보고 난 뒤에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라는 백인대장의 고백은 마르코 복음에서 사람이 처음으로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부른 장면이기도 합니다. 마르코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당신의 모든 사랑을 십자가 위에서 드러내는 분이십니다. 더러운 영들은 바로 이 점을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십자가 없..

일상에서 하느님 찾기 / 섬돌 영성의샘 2673 번 글입니다.

일상에서 하느님 찾기 / 섬돌 영성의샘 2673 번 글입니다. 일상에서 하느님 찾기 글 : 손용익 그레고리오 선교사 수녀님 세분이 모처럼 외출을 하셨나 봅니다. 남양성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정답게 손을 잡고 배회하는 모습이 내 시야에 아름답게 보입니다. 틀에 박힌 생각이라면 돌 묵주를 하나하나 짚으며 거룩한 모습으로 묵주기도를 하는 모습이어야 하겠지만 자신의 기쁨을 봉헌하는 저 모습이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가끔은 목적을 정하지 않고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어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걷다보면 나 혼자도 되고 어느 순간 몰려드는 인파에 묻혀 두런두런 소담을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사회생활이나 신앙생활을 조급히 서두르지 마십시오. 뜻이 있으..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마르코 복음 3장 1-6 “손을 뻗어라.” ​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음도 몸도 움직이지 않으면 굳어집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파하는 이들을 보듬는 움직임이,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내어주는 움직임이 우리를 살아나게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세상에 그냥 머물러 있으면 점점 굳어지고 삶의 변화나 신앙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성처럼 머물러서 판단하는 것을 즐기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그저 그대로 두고 머물러 판단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보고 움직이시며 그의 손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드셨습니다. 아픈 이는 손을 뻗어 움직임으로 살아 있음을 드러내지만 판단만하던 이들..

멈춰 서서 물어본다는 것

멈춰 서서 물어본다는 것 멈춰 서서 물어본다는 것 마르코 복음 2장 23-28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 건망증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 한 아이가 뛰어가길래 왜 그러느냐 물으니 “제가 요즘 깜빡 깜빡해서요.” 라고 말하더군요. 아이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마구 달려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회적인 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줍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어봅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우리는 왜 사는가에 대한 본질은 묻지 않고 그저 내달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삶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신을 보게 됩니다. 물질이 주인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내 삶을 이끌어가기도 하며 다른 이들이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