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하늘을우러러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수성구 2020. 12. 31. 05:20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느냐?" (마태6,26)

 

예수님의 산상설교는 갈릴래아 호수 근처에 있는 한 산에서 주어졌다.

이렇게 야외에서 주어진 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주변의 자연을 소재로 해서

제자들에게 시청각적인 교훈을 주시고 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보아라'는 말로 제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원문의 '엠블렙사테'(embllepsate)는

'자세히 관찰하고 분별하라'는 의미이다(마르14,67).

 

 

예수님께서는 지금까지는 건성으로 보아넘겼을지도 모르는

하늘의 새들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교훈을 얻으라고 명령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에서 '너희'에 해당하는

'휘몬'(hymon)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존재가 아닌 바로 너희 자신들의 아버지가

하늘의 새들을 기르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삼지 않은 하늘의 날짐승에 지나지 않은

새들도 먹이시고 돌보시는데, 하물며 몸소 아버지가 되어주신

하느님께서 자녀삼으신 '너희'를 보호하시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하느님을 '아버지'에 해당하는 '파테르'(pater)로 묘사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고 보호하시는 분이시기에

하느님의 보호자로서의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또한 '하늘'에 해당하는 '우라니오스'(ouranios)라는 단어는

하느님께서 이 모든 일들을 부족함이 없이 하실 수 있는 전능자이시며

초월적 존재이심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너희는 그것보다 더 귀하지 않느냐?'에서

'귀하다'는 뜻의 '디아페로'(diaphero)는

다른 것과 완전히 분리된, 확실히 다른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새들보다 더 귀하다는 의미이지만,

보다 깊은 의미는 새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고유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드러낸다.

 

오늘도 LA거리를 걸으면서 길거리의 비둘기들을 본다.

내가 있던 사막의 비둘기나 참새나 희귀한 새들도 떠오른다.

서울에서 자주 들렀던 남산 공원의 비둘기들은

너무 많이 먹어서 잘 날지를 못했던 것 같다.

 

한갖 미물들도 부지런히 먹이를 쫓아 본능적으로 날아다니지만

하늘이 지붕이요 땅이 안방인 그들은 걱정근심이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스라엘 성지순례 중에 진복팔단이 선포된

그곳에서 본 새들을 소재로 예수님께서 설교하시고 계신다.

 

우리들은 너무 걱정이 많다.

그리고 적어도 새들처럼 모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찾아서 먹어야지

공중에서 모이가 떨어지거나 과일나무에 매달린 과일이 저절로 떨어져

자신의 입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닥대지 않고

떨어져 들어가기를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머리쓰고 의지적으로 움직이면 다 돌보아주신다는

창조주 아버지 하느님의 자부적 사랑과 보호와

섭리와 안배를 신뢰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육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그런 것들은 일을 안해도 하늘의 새들처럼 주어지지만,

그런 것들이 덤으로 쉽게 주어질려면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

즉 산상 설교와 같은 영생과 구원에 관한 말씀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마태6,33).

'백합 > 하늘을우러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일조 신앙 -1  (0) 2021.01.04
감사의 세 차원  (0) 2021.01.01
우리 안에 있는 지혜  (0) 2020.12.30
아름다운 인연, 첫사랑  (0) 2020.12.29
가슴속에 사랑을 키우려면  (0) 20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