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강론

평신도들은 ‘슈퍼 갑(Super 甲)’ 인가?|

수성구 2013. 11. 13. 08:24

 

    평신도들은 ‘슈퍼 갑(Super 甲)’ 인가?
    가톨릭신문(2013년 6월 16일자)은 올해 ‘사제 성화의 날’에 
    마산교구 총대리 강영구 신부가 교구 사제단에게 한 강의를 요약해서 
    ‘사제는 甲인가?’ 라는 제목으로 보내온 글을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갑을(甲乙) 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다보니 도둑질이나 
    계집(서방)질 따위의 낮춤말인 ‘질’을 붙인 ‘갑(甲)질’이라는 새로 생긴 말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이런 참에 만난 글이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강 신부는 글머리에 “결론적으로 평신도들은 슈퍼 甲이고 사제들은 乙이다.”
    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침 다음 주일이 ‘평신도 주일’이다. 
    그래서 강 신부의 글을 다시 간추려 읽으며, 
    정말로 “평신도들은 ‘슈퍼 甲인가?”하는 성찰을 해보고자 한다.
    강 신부의 논지는 대강 이렇다.
    ‘사제들의 모난 성품을 평신도들은 대체로 너그럽게 받아준다. 하지만 
    요즘 평신도들은 사제로 인한 불편함과 갈등을 담아두기만 하지 않고 표출한다. 
    평신도들은 사제들의 ’갑질‘에 대해 호소한다. 
    슈퍼 甲인 평신도들에게 乙인 사제들이 갑질을 하는 이유는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본당 운영을 사제 맘대로 한다.‘ 등의 직무 사제직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은 그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이 된다. 
    성직자 중심주의는 슈퍼 甲인 평신도를 乙인 것처럼 순치(馴致)시켜, 
    그들은 자신들을 '병신도'(‘病信徒’)라고 자조(自嘲)한다. 
    평신도들이 슈퍼 甲인 이유는 이러하다.
    -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평신도 가정에서 배출된다.
    - 교회 운영과 사제들의 생활은 평신도들의 교무금과 헌금에 의존한다.
    - 평신도가 없으면 사제의 존재 이유가 없다.
    - 사제 없는 교회는 가능해도 평신도 없는 교회는 생각할 수 없다.
    - 직무 사제직은 일반 사제직을 바탕으로 한다.
      이제 평신도들은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평신도들의 ‘진짜 갑질’은 사제들의 갑질과는 차원이 다른, 무서운 갑질이다. 
    이른바 ‘가나안 신자’ (’안 나가‘ 신자를 거꾸로 한 말) 현상이다.
      예수님은 ‘절대 갑’(‘絶對 甲’)이다. 그래서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더러운 발을 
    씻기고, 십자가에서 죽을 수 있다. 절대 갑인 예수님은 당신 몸인 교회가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신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남을 섬겨야 하고, 
    첫째가 되려면 종이 돼야 하며, 스승인 당신처럼 서로 발을 씻어주고, 
    서로 사랑하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고 이르시면서 예수님은 
    당신처럼 우리도 절대 갑이 되라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절대 갑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갑질을 그만두어야 한다. 교회 안에 갑을은 없다. 
    자기 소명을 겸손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절대 갑이 되는 길이다. 
    동료 사제들에게 꼭 당부 드리고 싶다. 상식선에 머물러주면 좋겠다.”
      모든 신자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동등한 신원(身元)을 가지고 있지만, 
    각기 다른 직분(職分)안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살아야 한다.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로 나뉘는 구분은 ‘甲, 乙, 丙’으로  불리는 계급적인 것이 
    아니라, 하는 역할에 따른 봉사적인 구별이다. 따라서 교회를 구성하는 그리스도 
    신자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함께 가야 한다. 
    너나없이 교회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절대 갑‘으로 살아야 한다.
    전주교구
    한상갑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