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묵상 (빛나는 보석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양치기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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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먼지로 가득한 지붕 밑 창고를 정리하다가
녹슨 제구들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돌아가신 선배 신부님의 유품인 듯 했습니다.
마침 공동체에 제구가 필요했었는데,
보아하니 구식이었지만 재활용이 가능해보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녹이 너무 많이 슬어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표면이 녹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침 철물점에 문의해보니
요즘 아주 좋은 녹제거제가 나왔다며 신제품을 제게 건넸습니다.
신이 나서 수도원으로 돌아온 저는 곧바로 녹 제거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녹제거제를 표면에 가득 바른 후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마른 수건으로 힘껏 녹을 닦아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빡빡 있는 힘을 다해 녹을 닦아내던 제 입에서
어느 순간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렇게 우중충한 제구들이었는데 녹이 제거되면서
원래 지니고 있었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품위 있는 모습, 반짝 반짝 찬란히 빛나는 모습,
‘이게 웬 횡재냐!’는 감탄사가 제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죄와 그로 인한 어둠의 세월로 인해
여기 저기 잔뜩 녹슨 우리들의 영혼입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 힘과 격려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덕지덕지 낀 우리 영혼의 녹을 제거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에게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더 빛나는 보석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우리 얼굴을 반짝반짝 빛내주기 위해,
우리를 보다 당당하고 충만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 모두를 회개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중요한 관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정한 회개’일 것입니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바란다면
반드시 획득해야할 티켓이 바로 회개인 것입니다.
자신이 강하다고, 스스로 홀로 설수 있다고,
자신이 의롭다고 확신하는 한 회개는 요원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나는 죄인이라고, 나는 구제불능이라고,
나는 하느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가련한 사람이라고
뉘우치는 사람들에게 회개는 가깝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몰려든 세리와 죄인들이 그렇습니다.
세리와 죄인들은 오늘 자신들이 서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살아온 지나온 세월을 가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희망이요 도움은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리와 죄인들에게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반대로 자신들만이 선택된 하느님의 사람이자 의로운 사람이며
구원이 보장된 사람이라고 여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든 것,
하느님께서도 자신들이 편이었다고 믿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도움과 은총조차
필요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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