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오늘의 복음

2015년 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수성구 2015. 7. 17. 13:57

 

2015년 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제1독서 탈출 11,10─12,14

그 무렵 10 모세와 아론은 파라오 앞에서 모든 기적을 일으켰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파라오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자기 땅에서 내보내지 않았다.
12,1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2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3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일러라.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4 만일 집에 식구가 적어 짐승 한 마리가 너무 많거든, 사람 수에 따라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과 함께 짐승을 마련하여라. 저마다 먹는 양에 따라 짐승을 골라라.
5 이 짐승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에서 마련하여라. 6 너희는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모여 저녁 어스름에 잡아라.
7 그리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8 그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9 그것을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10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겨서는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은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11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12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13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14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복음 마태 12,1-8

1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2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4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그도 그의 일행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지 않았느냐?
5 또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율법에서 읽어 본 적이 없느냐? 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7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8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 정말로 뜻밖에 학생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요. 왜냐하면 저는 그 당시에 남들 앞에 서면 말을 조금 심하게 더듬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남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커다란 고통이었습니다. 말을 더듬는 모습이 결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긴장과 함께 울렁증 그리고 심한 떨림이 동반되었습니다. 이런 제가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장에 턱 하고 당선되었으니 어떠했을까요? 1년의 시간이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떨기만 하는 초라한 제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떠올리면 그 자체로 악몽이었고 끔찍하기만 했습니다.

이제 4학년을 마치고 저희 교구의 사정상 대학원을 수원신학교에서 다녀야만 했지요. 그리고 대학원 2학년 때에 논문 자료를 찾기 위해서 서울신학교 도서관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후배신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제가 말을 더듬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울렁증이 심해서 얼굴이 벌겋게 변하면서 벌벌 떨었던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저 기억하는 것은 제가 학생회장이었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고 있더군요. 그때 저의 단점들이 남의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충실히 지금을 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미사를 하고, 또 강의를 합니다. 그때처럼 떨지는 않지만, 여전히 약간의 말더듬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제가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제가 진심으로 다가가고 성실하게 준비를 한다면, 그 자체로 만족하고 박수를 쳐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동 과학자 폴 돌런은 “행복은 막연히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크게 공감을 하게 되는 말입니다. 저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변화를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제자들이 안식일 법을 어겼다면서 항의를 합니다. 그들은 율법이라는 과거의 유산을 통해서만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안식일의 주인이신 주님과 함께 하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별로 중요하다고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행복은 막연히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폴 돌런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당장 실천하는 주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내 행동의 변화들을 통해서 참 행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도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알의 과일, 한 송이 꽃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무 열매조차 금방 맺히지 않는데, 하물며 인생의 열매를 노력도 하지 않고 조급하게 기다리는 것은 잘못이다(에픽테토스).


그냥 피아노 모형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직접 눌러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몇 달 전에 신문 기사를 통해 한 보디빌더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58세의 나이에 보디빌딩을 전문적으로 시작한 보디빌더 오영(코치아카데미) 선수는 선수생활 2년차에 최고령 국가대표라는 그녀의 꿈을 이루고 말았다.

4월 19일 논산문예회관에서 열린 고교·대학·미즈 보디빌딩 대회 및 아시아국가대표선발전에서 +52kg급 국가대표에 도전하여 쟁쟁한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작년 미스터&미즈 서울 +52kg 2위, YMCA전국보디빌딩대회 +52kg 1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오영 선수는 당당히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해냈다.

오영 선수는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거, 살림하는 거 빼고는 열심히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여성 선수의 사진을 보면서 비슷하게라도 몸을 만들고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운동을 전문적으로 시작하였고 스승(하용인 선수)을 만나 시합까지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운동만큼 정직한 운동이 없다'는 그녀는 자신이 땀 흘린 만큼 먹는 만큼 몸이 말을 해주더라고 말했다. 덕분에 현재 자신의 모친, 남편, 딸 또한 오영 선수의 변화를 보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고령 국가대표 보디빌더이자 60세가 넘는 최초의 보디빌더가 될 예정인 오영 선수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결국 국가대표까지 된 한 보디빌더의 모습에서, 스스로 할 수 없다면서 포기했던 모습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주님의 일에 대해서도 이러했던 것은 아닐까요? 할 수 없는 이유들을 찾으면서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흘리는 땀의 양에 따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더 커짐을 기억하면서 주님과 함께 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 보디빌더 유영.